서울시교육청 문자해득프로그램 이수 91세 박순삼씨, “한글 깨친 것 좋지만 졸업은 아쉬워…”
입력 2013-02-20 22:28
“이제는 어려운 겹받침도 거뜬히 읽고 쓸 수 있게 됐어요. 한글을 깨친 것은 너무 좋지만 막상 졸업장을 받는다니 아쉬운 마음도 큽니다.”
1922년생으로 올해 91세인 박순삼(여)씨의 목소리는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힘이 넘쳤다. 2년간 서울 안천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21일 최고령으로 ‘생애 첫 졸업장’을 받는 박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것이 계속 한이 됐었는데 졸업장을 받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기뻐했다.
일제강점기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난 박씨는 7살이 되던 해, 살던 마을에 큰 흉년이 들면서 초등학교 입학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한글을 전혀 읽고 쓰지 못했던 박씨가 그나마 어깨너머로 한글을 익힌 건 30년 전 교회에 다니며 성경책을 접하면서부터다. 박씨는 “한글을 모르면서도 30년간 성경책을 꾸준히 따라 읽다보니 글자 형태를 보고 한글의 음은 소리 낼 수 있게 되더라”며 “하지만 아무래도 쓰는 게 서툴고 ‘ㄵ’ ‘ㄼ’ ‘ㄾ’ 등 겹받침 발음을 할 줄 몰라 집 근처 안천초등학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고령으로 안천초 문자해득교육반에 입학한 지난 2011년부터 역시 최고령으로 졸업을 하게 된 올해까지 2년간 ‘최우등생’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읽기 능력이 특히 탁월해 교과서를 대표로 읽는 기회는 늘 박씨 차지일 정도였다. 박씨는 “주변에서 ‘늙어서 배우면 뭐하나’란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그냥 배우는 게 좋아 열심히 했다”며 “나와 같은 분들에게 ‘건강이 허락된다면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영어 알파벳에도 도전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힌 박씨는 21일 문자해득교육 졸업자 433명 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이 수여하는 우수학습자상을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 전국 최초로 초등학력 취득이 가능한 문자해득프로그램 운영을 시작, 지난해 첫 졸업생 354명에 이어 올해 43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