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서비스’ 중복 심각… 피해는 아동 몫
입력 2013-02-20 22:17
방과후에는 학교 돌봄교실에서 시간을 보낸 서울 구로구 초등 4학년 A양. 자폐증과 고난도 근시를 가진 A양은 늘 누군가 보살펴줘야 하지만 1∼3학년 대상인 돌봄교실을 2011년 졸업한 뒤 갈 곳이 막막해졌다. A양 부모가 인근 아동센터를 소개받은 건 몇 개월 뒤, 그것도 이웃 엄마들로부터였다. 자폐를 앓는 구로구의 유치원 및 초등 2학년 자매도 정보 부족으로 뒤늦게 아동센터를 찾아온 경우다. 동네 청소년수련관에서 운영하던 돌봄교실이 폐쇄된 뒤 한동안 자매는 맞벌이하는 부모가 집을 비운 오후 내내 둘이 지내야 했다.
성태숙 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장은 “어떤 이가 주민센터에 결식아동 급식 지원을 신청한다면 자녀가 ‘나홀로 아동’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담당자가 아동센터를 알려주는 일은 드물다”며 “학교와 주민센터, 아동센터 등이 제각각 활동하면서 피해는 아이들이 본다”고 답답해했다.
20일 열린 서울 양천구 지역아동센터 모임에서는 최근 지역에 문을 연 드림스타트센터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드림스타트는 취약아동에 대한 종합 지원을 위해 2007년 시작된 서비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아동 다수가 이미 지역아동센터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현주 양천구 아동센터 ‘나무와숲’ 대표는 “어른들 실적 경쟁이 만든 중복 서비스로 아이들만 힘들어진다”며 “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발굴하는 데 힘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부모가 돌봐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는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드림스타트, 교육과학기술부의 초등돌봄교실·엄마품온종일돌봄교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5가지가 운영되고 있다. 대상(유치원∼고교생)과 시간(주 5∼6일), 중점사업(돌봄·학습지도)이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들이 성폭력 등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돌봄을 강화하자’는 취지는 동일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개별 서비스 간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어디에 얼마나 숨어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2011년 현재 집에 혼자 있는 13세 미만 ‘나홀로 아동’은 전국 초등학생 328만명의 9.6%인 97만명. 그 가운데 정부의 돌봄 서비스를 받는 아동은 30만2000명에 불과하다.
고질적인 중복 서비스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 TF팀을 구성했지만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해 실효적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