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청문회 첫날… ‘백수’ 답변 잘못했다가 해명 진땀
입력 2013-02-21 00:58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20일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비교적 침착하게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의 대화 내용이나 일상사 등을 전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이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 전 장관 임명에 대해 비판하자 박 당선인과의 대화를 전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정 후보자는 “당선인이 ‘잠이 잘 안 온다. 어떻게 공약을 이행하고 나라를 이끌 것인가’라고 (고민하더라)”며 “국민들이 어떤 분을 선출하면 국정운영을 하도록 맡겨두고 시간을 놔두고 평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혼인 박 당선인을 대신하는 총리 후보자 부인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두고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사안에 따라 후보자 배우자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게 어떠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집사람은 큰 재주는 없지만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 당시 밝힌 ‘보통사람’에 대해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이 “후보자를 보통 사람으로 여기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면박을 주자 정 후보자는 “과거의 제 비전이 보통 사람이고, 지금 마인드도 보통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사법고시 패스, 검사생활 30년을 한 후보자가 보통 사람이냐. 로펌에서 5년간 10억원을 받았는데 정규직 근로자가 한 푼도 안 쓰고 30년을 벌어도 못 버는 금액”이라고 꼬집었다. 정 후보자는 “10억원은 잘못된 통계이고 6억7000만원으로 기억한다”고 말한 뒤 “지금도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이발하고 그러면서 사람들 애환도 듣고 있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백수’와 관련된 답변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3대(아들·본인·부모) 백수란 말을 아느냐”고 묻자 “백수가 하도 많아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민병두 의원이 “백수가 된 사람들은 얼마나 괴롭겠느냐”고 질책했다. 정 후보자는 다소 당황한 듯 “요즘 백수 둘러싼 농담 같은 게 많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이해됐으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뜬금없는 ‘종북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대뜸 “공직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정 후보자가 “대한민국 국민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이 의원은 “종북 주사파들이 이를 안 한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것 아니냐”고 또 질문했다. 청문위원으로 참여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을 의식한 발언이었던 셈이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5년치 통장거래 내역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불쾌감을 표시했고 정 후보자는 “남의 계좌 5년치를 내놔라 하는 것은 조금 심하지 않나”고 대꾸했다.
앞서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정 후보자 모두발언 전에 박 당선인을 대신해 인사청문 요청 사유를 설명했다. 야당 측에 인사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처음 시도된 자리였다. 그는 “능력과 경험, 도덕성과 책임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