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경제 행보] 朴 ‘환율’ 강경발언 의미… 환율전쟁 적극대응, ‘한국형 토빈세’ 도입 가능성
입력 2013-02-20 22:07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의 환율 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환율의 급격한 쏠림현상을 방지한다는 기존 외환당국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국형 토빈세’(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한 금융거래세) 도입이 유력한 카드로 떠오른다.
박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무역협회를 방문해 수출입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과정에서 나왔다. 수출기업들이 환율 탓에 손해를 보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이다. 다분히 ‘엔저 현상’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이어 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세계경제가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일본 엔저 공세가 겹치면서 더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외환당국과 수출기업의 핫이슈는 ‘엔저 현상’과 ‘투기자본’이다. 지난주 러시아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저 현상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수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무제한으로 돈을 풀면서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해 자국 수출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수출 영역이 겹치는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라지만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는 타격이 크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대기업도 언제까지 버텨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해외 투기자본도 외환 당국의 골칫거리이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강화를 중심으로 급격한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지만 환율하락세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의 발언은 한국형 토빈세 도입 가능성을 높여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한국형 토빈세 도입을 검토했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도 조세연구원장 시절에 변형된 형태의 토빈세 도입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단기 국외 투기자본을 규제하려는 토빈세의 취지를 살려서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형 토빈세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본의 엔저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사용할 경우 본격적인 ‘환율 전쟁’ 국면에 접어들어 파국을 맞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박선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도 “당선인의 발언은 정부가 환율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야말로 환율의 안정을 위해 큰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