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현욱] 새 대북정책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입력 2013-02-20 19:00
“지금까지 취해왔던 강경책과 개혁 개방 정책을 동시에 펴 압박 수준 높여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가 험난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결과는 지속적이고 강경해진 북한의 핵개발이었다. 이번 3차 핵실험의 특징은 북한의 핵무기가 현실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장거리미사일 발사의 성공과 함께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으로 의심되는 소형 핵무기 개발의 성공으로 핵 프로그램의 무기화를 실현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사실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제재와 협상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해 왔으며 향후에도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 북한이 지니는 전략적 중요성이다. 미국에 중요한 것은 북한의 위협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는 국내경제, 중동, 중국 등 주요 현안이 미결로 남아 있으며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여유가 없다.
여기에 중국 역시 한반도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반도 전쟁 방지, 북한정권 붕괴 방지, 북한 비핵화의 3불 정책으로 정리되고 있으며, 북한 비핵화는 3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3차 핵실험으로 인해 중국이 중요시하고 있는 한반도 현상유지 기조가 흔들릴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중국의 대북정책이 점차 강경으로 기울고 있으나, 한반도 안정을 흔들 정도의 강경정책은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북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다. 3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북한의 비대칭전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남북한 간 재래식 군사균형은 점점 더 깨져가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제44차 안보협의회의에서 대북억지력 증강을 위한 합의를 만들어냈다. 즉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발사 이전에 탐지-식별-결심-타격할 수 있는 ‘킬 체인(kill chain)’을 구성하여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키로 하였고, 한·미 국지도발대비계획을 완성하여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대비책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유사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억제수단을 유형별로 구체화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의 개발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래식 무기에 의한 억지력보다 중요한 것은 핵 억지력이다. 현재 한국은 1991년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철수된 이후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며 미국의 핵무기가 유사시에 어떻게 한국에 억지력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합의사항 마련이 미미하다. 합의점 도출이 절박한 상태이다.
대북억지력 마련과 함께 중요한 것은 거시적 대북정책이다. 지금까지 실패했던 대북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며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즉 지금까지 취해왔던 강경책보다 훨씬 더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여 북한정권의 붕괴를 이끌어내는 것이 첫 번째 옵션이며, 북한사회에 시장경제를 유입하여 내부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두 번째 옵션이다. 첫 번째 옵션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한 북한의 저항과 도발수위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고강도의 압박정책을 추진하되 동시에 북한에 대한 시장경제 유입, 개혁개방 정책 유도 등을 통해 북한사회 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개혁개방 유도 시 대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중국과 함께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며 가능하면 미국도 이에 동참시킬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는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미주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