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외국인학교
입력 2013-02-20 18:59
우리나라의 외국인학교는 1901년 서양 선교사 부인들이 현재의 조선호텔 근처 선교사 가정에서 15명의 어린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정식 인가를 받고 설립된 최초의 외국인학교는 1909년 서울 명동에 설립된 한성화교소학(漢城華僑小學)이다. 중국 산둥지방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2세 교육을 위해 갹출해 세웠다. 설립 당시 신입생은 70명이었지만 1960∼70년대는 학생수가 2300여명에 달해 세계 3위 규모의 화교학교였다. 가수 주현미씨와 설영흥 현대자동차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이 이 학교 출신이다. 1912년에는 언더우드 2세 원한경 박사의 부인인 에델 반 와그너가 서양계의 경성외국인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교장으로 취임했다. 서울외국인학교의 전신이다.
19세기 후반 문호 개방 이후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외국인 자녀들에게 본국의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된 학교가 외국인학교다. 예전에는 화교학교가 가장 많았지만 지금은 영미계가 더 많다.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이거나 외국에서 일정기간 거주한 내국인으로 제한되는데 2009년 2월 법 개정에 따라 해외 5년 거주 요건이 3년으로 완화됐다.
인천지방법원이 그제 중남미·아프리카 국적을 허위 취득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 입학시킨 재벌가 며느리 등 학부모 21명에게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80∼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검찰은 현대가(家) 며느리이자 전직 아나운서인 노현정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탤런트 박상아씨에 대해서도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다음달 중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녀를 자퇴시키고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다고 한다.
외국인학교에 ‘검은머리 외국인’이 넘쳐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 했다. 노현정씨는 2007년과 2009년 각각 첫째와 둘째 아이를 미국으로 건너가 출산하면서 원정출산 구설에 올랐었다.
원정출산으로 미국 시민권자로 태어난 아이들은 한 달에 수백만원 드는 영어유치원을 거쳐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에 입학한다. 조기유학이 시들해진 요즘 재벌이나 부유층의 자녀교육 코스다. 얼마 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이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국제중학교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자식사랑만 앞섰지, 거짓과 편법을 배운 아이들의 미래를 헤아려봤는지 궁금하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