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차명계좌 발언’ 조현오 법정구속… 법원 “허위사실 유포” 징역 10월 선고

입력 2013-02-20 22:14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58·사진) 전 경찰청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조 전 청장의 발언을 모두 허위사실로 판단했고, 끊임없이 의혹만 생산해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지적했다.

◇발언은 모두 허위사실=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20일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 판사는 조 전 청장의 발언이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구체적인 자료도 없이 ‘믿을 만한 사람에게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관련자 진술과 증거자료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2010년 3월 경찰 기동단 특별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노 전 대통령 측과 민주통합당은 “사필귀정”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노무현재단 측은 “조 전 청장의 패륜적 행태가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밝혔다.

◇‘의혹 제기와 사과 모순된 태도’=이 판사는 “(조 전 청장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끊임없이 의혹만 생산했다”며 “조 전 청장의 발언으로 국론은 분열됐고 국민들은 ‘그래도 뭔가 있겠지’라는 의심을 품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 전 청장은 법정에서도 발언의 근원은 밝히지 않은 채 2명의 청와대 전 행정관 명의 계좌 4개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 해당 계좌는 ‘거액의 차명계좌’가 아니라 행정관들의 개인 계좌일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판사는 “조 전 청장이 법정에서 계속 의혹을 제기하면서 언론에서는 유족들에게 사과하는 매우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자신의 발언이 허위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거나 발언의 근거를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의 그런 법정 태도가 실형을 선고한 주요 이유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늘어나는 법정 구속=법원이 조 전 청장에 대해 1년 미만 형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하자 ‘불구속 재판-유죄 시 구속’이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권혁 시도상선 회장, 방송인 강병규씨 등이 불구속 재판을 받다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08년 7940명이었던 법정 구속 피고인 수는 2012년 8948명으로 1000명 이상 늘었다. 반면 구속 상태로 1심에서 재판받는 비율은 2008년 14.4%에서 2011년 10.2%까지 줄었다.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하다 재판 결과 유죄가 인정되면 구속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법원 관계자는 “구속 사유를 엄격히 판단해 최대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게 법원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판사의 부인은 ‘하이킥3’ ‘선덕여왕’ ‘궁’ 등에 출연한 배우 윤유선(44)씨다.

정현수 손병호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