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후 채소가게 연 김능환 전 대법관 부부… 고위직·로펌행 마다한 남편, ‘청빈의 삶’ 함께 걷는 아내

입력 2013-02-20 22:14


김능환(62) 전 대법관 부인 김문경(58)씨가 운영하는 서울 상도동의 야채가게는 20일 ‘개점휴업’ 상태였다.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가게 문은 잠겨 있었고, 야채를 담는 종이상자만 문 밖에 쌓여 있었다. 다만 내부 냉장고에는 양념병이 채워져 있어 잠시 닫힌 상태라는 걸 짐작하게 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겨울이다 보니 장사가 잘 안돼 얼마 동안 문을 닫은 걸로 안다”며 “야채가 잘 팔리는 봄이 되면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상가의 유모(56·여)씨는 “(여주인이) 평소에 참 부지런히 가게 일을 하더라”며 “오늘에야 주인이 전직 대법관 부인이란 걸 알았다”고 했다.

부인 김씨는 지난해 7월 남편이 대법관에서 물러나자 퇴직금으로 가게를 열기로 했다. 부인은 야채가게를 열기로 하고 남편에게 “가게 이름을 뭘로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김 전 대법관은 부인에게 “30년 넘게 공직자의 아내로 살아온 당신이 독립선언하는 의미로 당신 이름을 달면 어떠냐”고 조언했다. 부인은 남편의 말대로 본인 영문 이름 이니셜을 따 ‘K·M·K 야채가게’로 이름을 지었다.

야채가게 오른쪽에도 부인이 운영해 온 15㎡ 규모의 작은 편의점이 있었다. 가게를 보던 부인의 지인 김모(51)씨는 “편의점은 시원한 음료 판매 중심이라 겨울에는 월세를 내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의 부인은 공직을 사양하는 남편을 자랑스러워한다고 이 지인은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서도 곧 물러나는 김 전 대법관은 “아내의 야채가게 한쪽에서 무료로 법률상담을 하는 것도 고려해봤으나 생각처럼 잘될 것 같지 않아 접었다”며 “퇴임 후 당분간은 완전한 자유인으로 돌아가 소시민의 삶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면 어떤 종류의 생활이냐고 묻자 “아내의 운전사가 돼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