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서] 지구와 사람 살리는 밥상

입력 2013-02-20 18:57


오늘날 풍요해진 먹을거리는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을 넘쳐나게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곡류, 채소류 위주의 전통적인 식생활 패턴이 줄고 고지방, 고열량, 고염분의 서구식 식생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생활습관병 발병률도 심각해졌다. 실제로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과 당뇨병 유병률은 25.8%, 9.8%로 2010년 대비 각각 1.6% 포인트와 0.1% 포인트 상승했다. 비만은 0.3% 포인트 증가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간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13억t에 달한다. 국내에서 매일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양만 1만5100t으로 처리비용만 연간 7000억원이 소요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2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세계에는 약 8억7000만명의 인구가 여전히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또 농산물의 원거리 수송이 늘어나면서 음식물이 생산지에서 밥상까지 오는 이동거리인 ‘푸드 마일리지’도 증가되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작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7085t/㎞로 739t/㎞를 기록한 프랑스의 10배에 달한다. 이는 곧 식품의 신선도 저하와 대기환경의 악화로 연결된다.

이처럼 우리 식생활은 건강은 물론 환경, 사회, 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푸드 마일리지 개념을 만든 영국의 팀 랭은 저서 ‘먹을거리 정책’에서 현대 인류의 식생활 문제가 위기를 맞은 근본적 이유로 식생활정책의 통합성과 일관성 부족을 지적했다. 농업전문가는 생산 측면만, 식품영양학자는 영양학적 측면만,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위생적 측면만, 식품경제학자들은 식품산업에만, 사회복지학자들은 복지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 통합적인 식생활정책이 아니라 부처마다 제각각인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식생활을 지구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건전하게 지탱하는 생명 유지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건강, 환경, 사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합적인 식생활정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식생활 문제의 심각성을 이미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들을 다각도로 지원해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민간과 협력해 추진하고 있는 식생활교육 사업과 녹색식생활 운동이 대표적이다.

녹색식생활은 건강은 물론 환경을 지키고 농어민 등 생산자까지 배려하는 식생활이다. 식품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한국형 식생활을 실천하며 다양한 식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식품 생산자에 대한 배려와 감사를 실천하는 식생활 운동이다. 환경 친화적인 우수 농산물 이용하기, 우리 밥상 즐겨 먹기, 하루에 한 번 이상 가족과 식사하기 등이 대표적인 실천 방법이다.

금융 문제는 삶을 망치지만 식생활 문제는 삶을 끝장낼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당장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먹을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식생활 문제를 안일하게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큰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밥상이 전 지구적인 이슈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은 놀라우면서 두려운 사실이다. 녹색식생활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현재 인류가 당면한 식생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 오늘부터 밥상을 지혜롭게 차려보자.

박종서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수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