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당선인, “환율안정 위해 선제적·효과적 대응… 엔低 공세로 기업 손해 안보게 할 것”

입력 2013-02-20 19:32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환율 안정을 위한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무제한 돈 풀기 전략으로 인한 엔화 가치 하락에 위협을 느낀 경영계의 구원요청에 즉각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이에 부응하듯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했다.

박 당선인은 20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와 마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잇따라 방문하고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환율 안정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안다”며 “우리 기업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요즘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본의 엔저 공세와 중국 등 신흥국가의 추격이 겹치면서 많이 힘드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시장의 환율 변동성을 이용해 투기하는 것은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환율은 시장의 펀더멘털(경제의 기초 체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맞다”면서도 “투기 목적에 의해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투기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막아야 한다”면서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환율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박 당선인의 발언과 한국은행의 구두개입 소식이 전해지자 외환시장은 진의 파악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의 환율정책도 기업 친화적인 쪽으로 기울어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일보다 2.70원 내린 107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 당선인 발언이 알려진 오후 들어 낙폭이 1.50원가량 줄었지만 외환 당국이 저지선으로 삼았던 1080원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엔 환율이 100엔당 1150원선에서 움직이는 것과 관련해 이미 당국 개입 경계감이 컸고, 이날 구체적인 대응책이 제시된 것이 아니어서 박 당선인의 발언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박 당선인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38.81포인트(1.95%) 폭등한 2024.64로 장을 마쳤다. 지수가 2000을 넘은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선정수 태원준 강준구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