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5년 결산] (중) 脫정치·성과주의

입력 2013-02-20 18:04

이명박 정부는 탈(脫)정치를 표방했다. 그래서인지 대외적 업적에 비해 정치분야 성과는 매우 미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대세력과의 융합에 실패함으로써 ‘불통 정부’라는 오명을 남겼고 반복된 측근 비리로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외교 비해 국내정치 미흡… 측근 비리에 도덕성 흠집

◇고·소·영, 영포라인에 얽매인 5년=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CEO(최고경영자) 출신 대통령으로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탈정치·성과주의 행보를 고집했다. 정치가 실종된 청와대는 출범 초기부터 소통부재 이미지가 고착화됐다. 학연과 지연, 종교적 인연 등으로 얽힌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를 강행한 게 화근이었다. 청와대는 충성심이나 사적 연고가 있는 인사라면 도덕적 흠결이나 업무 연관성 등에 부적합하더라도 요직에 중용하려 했다. 경북 영일·포항 출신 인사들이 권력핵심으로 부상하며 ‘영포라인’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낙하산·회전문·보은 등으로 얼룩진 인사는 임기 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빚어진 대규모 촛불집회를 ‘명박산성’이라 불린 컨테이너 박스와 물대포로 막아서면서 여론과 불통을 빚었다.

◇수많은 측근 비리=전방위적 측근 비리는 정권 출범부터 꼬리를 이었다. 2008년 7월 김윤옥 여사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연루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대가 뇌물수수 사건이 터졌고 2011년 이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내곡동 사저’ 사건이 불거졌다. 퇴임 후 사저로 삼을 내곡동 부지를 대통령실과 아들 이시형씨 명의로 구입하면서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특검 수사까지 이뤄졌다.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뇌물 비리로 구속됐으며 정치적 멘토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6인회’ 멤버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측근 비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를 장담하던 이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특별사면을 단행하며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의장 등 상당수 측근들에게 면죄부를 줘 비난을 받았다.

◇당적을 버리지 않은 첫 대통령=이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취임한 대통령 가운데 퇴임할 때까지 당적을 버리지 않은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새누리당 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끊임없는 대립과 역학에 따라 대통령의 정치적 무게가 달라졌음에도 끝까지 당적을 유지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의 비교적 ‘부드러운’ 정권교체도 우리 정치사에서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