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8)] 일·가사 1인2역… ‘나’를 담금질하라
입력 2013-02-20 21:36
# 2013 학교 - 여성의 직업교육
“결혼 전 잘 나가던 과학 전문 강사였던 저는 결혼과 동시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안일과 남편 내조에 열중했습니다. 곧 임신과 출산, 육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게 됐죠.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여성들처럼요….”(이명숙·42·서울 노원구)
21세기 지식기반사회, ‘100세 장수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특히 지식기반사회는 사람 자체가 자본이자 경쟁력이기에 노동자 스스로 끊임없는 학습과 훈련을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평생학습사회로 들어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들의 자아실현 욕구도 크게 증가했으나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 201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 비율은 56.4%로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다.
반면 40∼50대 여성 구직자는 증가하고 있다. 임신, 출산, 육아의 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된 뒤 경력을 이어가려는 여성들이 늘어났기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노원여성인력개발센터 민혜경 차장은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는 대부분 여성은 40대에서 50대 여성들”이라며 “이들은 자녀들이 성장해 더 이상 엄마의 뒷바라지가 필요치 않자 이제야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성들이 일과 가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논의와 시도들이 최근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남녀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과 어머니로서의 여성 정체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출산과 육아로 ‘비자발적 퇴직’을 했던 여성들이 이후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느끼는 당혹감은 더욱 크다. 이들에게는 ‘경력 단절’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YWCA ‘일하는 여성의 집’으로 시작된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여성들의 직업능력을 개발해 좋은 일자리로 연결해 주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복지지원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한다. 특히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여성들의 기능적 직업 능력이 아니라 여성이 선호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그 능력을 집중 훈련한다. 비자발적 퇴직을 자발적 배움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자아실현의 장을 열어준다.
현재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전국 52곳에서 운영된다. 이 가운데 27곳의 여성인력개발센터가 YWCA 산하기관이다. 서울은 영등포와 노원구의 여성인력개발센터가 YWCA 산하에 있다. 노원여성인력개발센터의 경우 2012년 1000여명의 수강생이 바리스타, 상담사, 독서논술지도사, 조리사, 제과제빵, 양재재봉사 과정 등을 수강했다. 직장을 갖고 있으면서 그 직종이 필요로 하는 연관 기술이나 자격증을 얻으려는 여성들을 위해 야간 재직자 과정에도 800명의 수강생이 몰려들었다.
센터 교육을 거쳐 여성인력개발센터 강사로 활동하는 사례도 있다. 광주여성인력개발센터 도배기능사 양성 과정의 강사인 김성숙(55)씨는 이 센터에서 도배사 과정을 수료한 뒤 도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한동안 도배사로 일을 했다. 그는 1998년 광주여성인력개발센터 실업자교육 강사로 채용됐다.
오늘날 여성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인생의 제2막을 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길목에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있다.
정서연(한국YWCA연합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