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있으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자
입력 2013-02-20 17:20
지난 2월 14일(미국시간)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테런스의 칠판 대화(Terrance’s Chalkboard Talk)’라는 특이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그 동영상의 주인공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Berkeley)에서 생물통계학을 전공하면서 수학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테런스 박(Terrence Park·본명 박준석·24)씨였다.
그는 10세 때 이혼한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간 ‘불법체류자’다. 그는 자신의 불법적인 신분을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깨닫게 되었다. 그 후 그는 불법체류자이기에 항상 추방의 두려움 속에서 살았고, 정상적인 학자금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힘든 대학생활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 그에게 뜻밖의 희소식이 들렸다.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일명 ‘캘리포니아 드림 법안’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드림 법안은 외국인 미성년자들의 발전, 구호, 교육(Development, Relief, and Education for Alien Minors)을 위한 법안으로서 모범적인 품행과 우수한 능력을 겸비한 청년 ‘불법체류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적 조치다. 이미 미국의 10여개 주가 유사한 법안들을 통과시켰고,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칠 드림 법안을 추진 중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이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테런스 박씨는 비로소 학자금 지원받으며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21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체류자 신분의 청년들을 돕기 위해 용감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드림 법안을 통과시켜 불법체류 청년들을 구제해야 하는 수학적 이유를 밝혔다. 논리는 간단했다. 자신 같은 불법체류 청년들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1인당 2000만원 이상, 전체적으로는 약 50조원의 국가 비용이 들지만 불법체류 청년들을 제대로 공부시키면 그들이 미국 사회에 훨씬 더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그의 동영상은 미국 내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불법체류자 문제는 단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발생한 프랑스 파리의 폭동이 증명하듯 웬만한 선진국들에는 다 존재하는 문제이며, 영화 ‘완득이’가 보여주듯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불법체류 및 불법취업자들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 그들을 무작정 용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괄적으로 추방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들과 그들의 어린 자녀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살도록 방치할 수도 없다. 이에 연관된 실정법, 현실, 그리고 인권 문제가 최선의 방법으로 조화를 이루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 역시 이 ‘있으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항상 길 잃은 양을 찾고 계시기 때문이다.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