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스탠드’ 아널드 슈워제네거 “김지운 감독 내 속까지 파고들어 내면 연기 끌어내”

입력 2013-02-20 17:09

“I’ll be back(아윌 비 백).”

할리우드 대표 액션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66)의 시작과 끝은 바로 이것, 영화 ‘터미네이터’의 명대사였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라스트 스탠드’의 기자회견장. 무대 한가운데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주연배우 슈워제네거가 영화처럼 등장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아윌 비 백’이라고 말했는데 이번에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방문 소감을 말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격으로 방한하는 등 수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배우로서 온 것은 처음이다.

‘라스트 스탠드’는 김지운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마약왕과 시골마을 보안관의 대결을 그린 작품. 슈워제네거는 이 영화에서 한때 마약반을 진두지휘하던 영웅이었으나 퇴직해 고향으로 돌아온 보안관 레이 오웬스 역을 맡았다. 10년 만의 복귀 작품을 한국에서 온 낯선 감독과 함께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을 고를 때 이 영화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를 본다. 이 시나리오가 그랬다. 나약한 면도 있으면서 내 나이에 걸맞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김 감독과 함께한다는 점도 중요했다. 특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뛰어난 연출력과 이야기, 시각효과가 너무 좋았다.”

그는 전날 내한하자마자 경기도 화성에 있는 김 감독의 단편영화 ‘하이드 & 시크’ 촬영현장을 방문, 200인분의 비빔밥을 선물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슈워제네거는 “김 감독의 연출 방식이 좋다. 마스터(전경) 쇼트에서 시작해 조금씩 클로즈업을 하는데 ‘이게 마지막이겠지’ 생각할 때도 더 가까이 접근해 연기를 요청한다. ‘눈에 더 많은 슬픔을 보여 달라’는 식으로 내 머리 속을 파고들어 내면의 연기를 끌어낸다. 정신과의사가 환자의 심리를 파악해서 상담하는 것 같은 스타일이다. 다른 감독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아임 올드(I’m old)”라는 대사가 있지만 그는 자신이 진짜로 늙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동은 내 삶의 일부이다. 매일 일어나서 운동을 한다. 이렇게 매일 체력을 키우면 ‘지붕에서 떨어져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가 총을 겨누며 나오는’ 식의 액션 연기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할리우드는 새로운 재능과 비전, 스타일을 가진 감독을 찾고 있다. 김 감독은 이런 인물이라 발굴된 것이다. 할리우드에는 이미 여러 나라 출신의 감독이 와 있다. 감독의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 재능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워제네거는 “너무 많은 이들이 할리우드로 몰려들고 있지만 극소수의 사람만이 성공한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패할 각오를 해야 한다. 처음부터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예찬을 하며 마무리 인사를 했다. “한국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역사적으로도 첫 여성대통령이 취임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아윌 비 백.”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