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껌팔이 소년 아카데미 레드 카펫 밟는다

입력 2013-02-19 22:23

아프가니스탄 껌팔이 소년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서게 되는 영화 같은 일이 조만간 벌어진다.

19일 AFP통신에 따르면 파와드 모하마디(14)는 수도 카불의 명소인 치킨 거리(Chicken Street)에서 외국인에게 껌과 지도를 파는 평범한 소년이다. 몇 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형 다섯 명과 장사로 생계를 잇던 소년은 이제 전쟁이 할퀴고 간 아프간을 떠나 생애 첫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아카데미 단편영화상 후보작의 주연 배우로서 말이다.

기적의 캐스팅은 소년의 생계 현장인 거리에서 이뤄졌다. 양탄자, 보석, 공예품 가게들이 즐비한 복잡한 치킨 거리에서 미국인 감독 샘 프렌치가 유심히 본 인물은 다름 아닌 모하마디였다. 프렌치 감독은 “그곳에서 만난 가장 친절하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심장을 가진 소년이 모하마디였다”고 회상했다.

모하마디가 출연한 영화는 ‘부즈카시 소년들’. 아프간 민족 스포츠인 부즈카시 선수를 꿈꾸는 두 소년의 이야기에서 모하마디는 실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배역을 맡았다. 대장장이 아버지의 어두운 공방에 갇혀 도끼를 갈아야만 하는 상대역은 자완마드 파이즈(14)가 맡았다.

모하마디는 출국을 앞두고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소년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스타들을 만나는 것은 나와 아프간 국민에게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라고 즐거워했다. 비행기 조종사를 희망하는 소년은 조종석을 구경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두 소년은 20일 미국에 도착, 아프간 출신의 가정집에 머물 예정이다. 24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드 카펫을 밟는다. 소년들의 미국 방문을 위해 기금이 모금됐으며, 비행기표는 터키항공에서 무료로 제공했다. 경비로 사용하고 남은 기금은 모하마디의 교육과 생계 지원에 사용된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