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미군, 60년 만에 ‘화상 소녀’ 찾아 재회한다
입력 2013-02-19 20:10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국인이 당시 자신의 도움으로 화상을 치료한 한국인 소녀와 60년 만에 재회한다. 국가보훈처는 리처드 캐드월러더(82·사진)씨의 요청으로 지난달 29일부터 ‘화상소녀 찾기 캠페인’을 벌여 김연순(72)씨를 찾았다고 19일 밝혔다.
캐드월러더씨는 1953년 5월부터 1년간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하다 심한 화상을 입고 어머니와 함께 부대로 찾아온 당시 12세의 김씨를 만났다. 그는 미군 이동외과병원(MASH) 지휘관에게 응급치료를 부탁했고 헬기를 이용해 부산의 군 병원으로 후송되도록 했다.
그 소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전에 확인하고 싶었던 캐드월러더씨는 보훈처에 사연을 담은 영상편지를 보냈다. 보훈처는 캐드월러더씨의 부대가 있던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주민의 제보를 바탕으로 현장조사 등을 벌여 화성시 우정읍 운평리에 살고 있는 김씨를 찾아냈다. 60년 전 캐드월러더씨와 김씨 사이에서 통역을 했던 백완기(74)씨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김씨는 “캐드월러더씨는 내가 입원한 병원에 매주 과자를 갖고 찾아오셨고 나는 그분이 오는 날만 기다렸다”며 “당시 ‘미국 아버지’라고 불렀던 그분이 모든 편의를 제공해 우리 가족은 병원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백씨는 “당시 김씨 어머니가 캐드월러더씨에게 감사의 표시로 큰 암탉을 가져왔는데 ‘미군은 살아 있는 닭은 먹지 않는다’고 캐드월러더씨 말을 통역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미국 애리조나에 거주하는 캐드월러더씨는 “60년 동안 그리워했던 소녀를 한국 정부가 이렇게 빨리 찾아줘 무척 놀랐고 대단히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해왔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보훈처는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초청행사’의 일환으로 다음달 캐드월러더씨 부부를 초청해 김씨와의 만남을 주선키로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