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군신위’ 박철수 감독 교통사고로 숨져

입력 2013-02-19 20:11

중견 영화감독 박철수(65)씨가 19일 새벽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박 감독은 이날 0시30분쯤 경기도 용인 죽전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만취상태의 운전자가 몰던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박 감독은 분당 작업실 근처에서 신작 영화 ‘러브 컨셥츄얼리’를 준비 중이었다.

신상옥 감독과의 인연으로 1979년 ‘골목대장’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고인은 올해 초 ‘베드’를 개봉하는 등 숨지기 직전까지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우며 한국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1982년 MBC PD로 활동하며 ‘베스트셀러극장’ 등을 연출한 그는 1986년 8·15 특집극 ‘생인손’으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 와중에 제작한 영화 ‘어미’(1985)로 대종상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영화계에 복귀한 그는 ‘안개기둥’(1986) ‘서울 에비타’(1988) ‘물위를 걷는 여자’(1989) ‘테레사의 연인’(1991) ‘301, 302’(1994) 등 파격적인 소재와 탁월한 이미지 연출로 작가주의 감독 반열에 올랐다. 한국의 장례문화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학생부군신위’(1995)는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예술공헌상을 수상했다.

박 감독의 별세 소식에 영화인들은 애도를 표했다. 장진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감독님의 비보를 방금 듣고 가슴이 굳는다”고 슬퍼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로 2년 연속 고인의 작품을 초청한 전찬일씨는 “영화 만들기를 멈추지 않은 고인의 열정은 영화인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 부인과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8시.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