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정신과 상담땐 기록 안 남는다

입력 2013-02-19 18:26


그동안 조울증 환자가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으면 병원은 ‘주진단명 F31(조울증)’이라고 쓴 청구서를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했다. ‘조울증’이라는 병명이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이다. 앞으로는 환자가 약물 처방을 받거나 입원하지 않는 한 진단명은 ‘Z71.9(상담)’으로 바뀌게 된다. 환자가 어떤 질병으로 정신과를 찾았는지 기록이 없어지는 셈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없애고 상담치료를 확산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보건복지부는 병·의원이 사용하는 정신과 질환명을 빼고 ‘상담’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새로운 건강보험 청구절차가 4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19일 밝혔다. 상담만 했을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기존의 정신과질환 청구코드(F코드) 대신 보건일반상담(Z코드)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진료기록부상 진단명은 ‘상담’이 된다.

단 새 청구절차는 정신과를 찾는 초진 환자에 해당되며, 정신분열병 등 5가지 정신질환일 경우 본인부담금을 할인받으려면 기존의 F코드를 사용해야 한다. 환자는 할인과 Z코드(상담) 중 한쪽을 선택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일반인의 불안감을 해소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권고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미 치료받고 있는 이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 중 정신과 의사 등에게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15.3%로 미국(39.2%), 호주(34.95) 등보다 훨씬 낮았다.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치료받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까 걱정됐다’는 대답이 정신병적 장애의 경우 32.2%로 신체장애(16.0%)의 두 배나 됐다.

복지부는 또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올해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전문가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로 한정하고,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방지하는 보호조항을 담을 계획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