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말로만 ‘빚 면제·유예’… 가입자 신청땐 거절
입력 2013-02-19 18:03
윤모(28)씨는 2011년 10월 자신이 이용하던 신용카드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채무 면제·유예 서비스(DCDS)에 가입했다. DCDS는 카드 이용자가 죽거나 아파서 카드 대금을 갚을 수 없을 때 최대 5000만원까지 탕감해주는 일종의 보험이다. 대신 평소에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윤씨는 이듬해 1월 교통사고로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채무 면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정작 카드사는 거절했다. 서비스 가입 전 6개월 이내에 31일 이상 입원한 이력이 있어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씨는 처음 듣는 설명이었다. 카드사는 애초 혜택을 못 받는 윤씨를 가입시켜 비싼 수수료만 받아먹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005∼2012년 삼성·현대·KB국민 등 7개 카드사가 DCDS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상금(370억원)이 총 수수료 수입(6269억원)의 5.9%에 불과했다고 19일 밝혔다. 수수료의 대부분인 94.1%를 고스란히 카드사가 챙긴 셈이다. DCDS의 월평균 수수료는 카드대금의 0.5% 정도다. 연간으로는 6%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형편없는 보상률에 비해 수수료가 너무 높다”며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고 카드사도 보상 업무에 소극적이라 보상을 못 받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DCDS 약관상 보상금 청구 기간은 사유 발생일로부터 90일 이내다. 기간이 일반 보험(2년)의 8분의 1 수준이다. 이 상품은 가입자 사망 시 상속인금융거래조회시스템 등으로 조회되지 않아 ‘눈먼 돈’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 분석 결과 카드사는 신청을 받고도 80.7%를 거절했다.
전화로만 판매되는 DCDS는 대표적 불완전판매 상품이지만 약관에는 이에 따른 계약 취소 규정조차 없다. 보통 보험이 3개월 안에 취소할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 금감원이 상품 허가를 내주면서 약관 심사를 허술하게 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DCDS 수수료를 낮추고 청구 가능 기간이 지났더라도 상속인 등에게 보상금을 환급토록 할 계획이다. 청구권 소멸 시효 등은 보험 수준으로 고치도록 지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