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원] ‘창조경제’가 궁금하다

입력 2013-02-19 17:52


오는 25일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어떤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할까? 대선 공약에 비추어 볼 때 고용률 70%와 중산층 70%를 실현하여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점을 이야기할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있었던 취임식 연설에서 “제대로 된 경제성장 엔진을 점화함으로써 중산층을 일으키고 번영케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과제”라고 주창함으로써 중산층 재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산층 복원을 최고의 정책과제로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미국 양국 대통령의 취임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추진 해법은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일자리와 제조업을 일으키는 미국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한 뒤 지난 3년간 제조업에서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애플을 비롯한 주요 미국 기업들의 생산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실례로 들어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주목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제조업을 부흥시켜 고용을 창출하고 중산층을 복원하자는 분명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해외에 투자했으며, 이는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었던 약 77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제조업의 경우 취업자 수는 지난 3년간 26만명 증가하였다. 그러나 외국인직접투자 규모의 2.3배에 달하는 제조업 직접투자 순유출을 고려해 보면 제조업에서 약 14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미국 기업들은 자국 내로 돌아와 제조업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왜 일자리를 해외로 가지고 나가는가?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 세계화의 초기단계에 있어 시장지향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직접투자의 순유출, 즉 일자리의 순유출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에 미국 기업들은 이미 세계화의 성숙단계를 넘어서 해외 생산보다 미국으로 복귀하는 것이 더 유리하여 돌아갈 유인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에서 ‘창조경제’라는 국민들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생소한 개념을 내세웠으며, 당선 후 정부조직을 개편하여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할 만큼 종래의 정부와는 무언가 다른 각도에서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복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미국 오바마 정부가 제조업 부흥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전략과는 상당히 괘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새 정부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경제발전 단계와 경제구조가 다른 만큼 추진전략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제조업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쉬운 제조업 지원정책을 회피하여 다른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국민들도 수긍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가 국민들이 공감하기 쉬운 제조업 부흥정책으로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박근혜 정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해법은 좋으나 국민들에게 낯선 개념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25일 대통령 취임사가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아직 모호하고 불편한 ‘창조경제’를 잘 납득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국민들은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고 박수를 치고 싶어도 아직 무엇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쳐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고용률 70%와 중산층 70%를 실현하여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것인지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보다 분명한 비전을 보여주기 바란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