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인선 마무리] 인수위 출신 43%… ‘원대 복귀’ 무색 출세코스 재확인

입력 2013-02-19 22:16


초대 내각·청와대 진출한 파워 엘리트 30명 비교해보니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18명) 및 청와대(12명)에 진출한 파워 엘리트 30명을 종합 분석한 결과 관료 출신이 절반을 넘었고 서울대와 성균관대 출신들이 대거 등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은 13명(43%)이나 돼 ‘인수위=출세코스’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평균 연령은 59세다. 청와대(61.1세)가 내각(58.2세)보다 약 세 살 많아 ‘낮은 청와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청와대의 경우 기독교 신자가 7명 이상(허태열 김장수 이정현 이남기 모철민 최성재 주철기)인 것으로 집계됐다. 내각까지 합치면 기독교 신자는 12명 이상이다. 지역안배는 신경을 썼으나 특정고와 특정대학, 남성 중심으로 인선이 이뤄져 ‘대통합 인사’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는 KS(경기·서울), 대학은 S라인(서울대·성대)=고교는 1960∼70년대를 주름잡던 경기고가 7명(현오석 윤병세 황교안 김병관 진영 조원동 최순홍), 서울고가 5명(서남수 유진룡 서승환 방하남 주철기)을 배출했다. 부산고(허태열 박흥렬)와 광주 살레시오고(이남기 이정현)가 각각 2명씩이어서 4개 고교 출신이 16명으로 절반을 넘겼다.

대학은 서울대가 10명, 성균관대가 7명이나 됐다. 특히 성대는 청와대에 5인방(허태열 곽상도 이남기 유민봉 모철민)이 포진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성대 출신 가운데는 허 비서실장 내정자(68)가 최고 연장자다. 박 당선인의 모교인 서강대는 1명(최순홍)에 그쳤다. 전공도 박 당선인과 같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육사가 3명, 연세대는 2명이고,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대 동국대 영남대 부산여대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각각 1명씩 배출했다. 신흥 학맥으로 꼽히는 미 위스콘신대를 거친 사람도 3명(허태열 방하남 윤상직)이다. 향후 중용이 예상되는 친박근혜계 최경환 유승민 안종범 강석훈 의원도 위스콘신대 대학원을 나왔다.

서울대·성대·서강대 등 영문 이니셜이 ‘S’로 시작하는 대학 출신이 18명(60%)인 점도 이채롭다. 사시·행시·외시 출신도 많다. 때문에 가수 이름을 빗댄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 또는 ‘경·고·성’(경기고·고시·성균관대) 인사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MB정부 때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와 비교된다.

◇관료 및 전문가 다수 포진=청와대와 내각을 합쳐 관료 출신은 16명으로 박 당선인의 ‘고시 출신 관료 사랑’을 증명했다. 행시 8명, 사시 5명, 외시 2명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7급 공채로 들어와 기술고시에 합격했다.

청와대의 경우 고시 출신이 5명이다. 고위 군 장성(김장수 박흥렬)도 2명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까지 합치면 육군 대장 출신은 3명이 된다. 내각에는 관료 출신이 9명(정홍원 현오석 서남수 윤병세 황교안 김병관 유진룡 윤상직 윤성규) 포진했다. 유학파는 18명으로 이 가운데 10명은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교수·연구원 출신도 내각에 5명, 청와대에 2명이어서 전문가를 중시했다는 평가다. 정치인은 5명, 언론인과 기업인이 각각 1명씩이다. 연령대별로는 청와대가 60대 7명, 50대 5명으로 구성됐고 내각은 60대 6명, 50대 11명, 40대 1명이다. 가장 많은 성(姓)은 4명을 배출한 윤씨였다.

◇‘원대 복귀’ 원칙 무색한 인수위 출신 대거 등용=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인수위 출범 초기 “임무가 끝나면 각자 원래 상태로 복귀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지만 이 원칙은 깨졌다.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회와 당선인 비서실까지 포함하면 인수위 출신은 13명이 발탁됐다. 청와대가 6명(김장수 유민봉 곽상도 이정현 모철민 최성재), 내각은 7명(윤병세 유정복 진영 조윤선 방하남 서승환 윤성규)이다.

검증된 사람을 다시 쓰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국정 운영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내각 및 국회와 원활한 소통을 하려면 인수위 시절부터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인물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수도권(서울+인천) > 영남 > 호남 > 충청 순=서울 출신이 9명(김종훈 서남수 윤병세 류길재 황교안 서승환 조윤선 최순홍 모철민)으로 다수를 점했다. 인천 2명(유정복 유진룡)을 합치면 수도권이 11명이다.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를 합친 영남도 9명(정홍원 김병관 윤진숙 이동필 윤상직 허태열 박흥렬 최성재 곽상도)이다. 내각 인선에서는 서울이 많았으나 청와대 인사에서 영남 인맥이 대거 보강됐다. 청와대는 지역적으로도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TK는 3명(곽상도 이동필 윤상직)이다.

호남은 광주 1명(김장수), 전북 1명(진영), 전남 3명(방하남 이정현 이남기) 등 5명이다. 당초 내각 18명 중에 호남 출신이 2명밖에 안돼 ‘호남 홀대론’이 제기되자 청와대 인사에서 3명이 추가돼 지역 균형을 맞추려 한 흔적이 보인다. 충청 4명(현오석 윤성규 유민봉 조원동), 강원 1명(주철기)이다. 경기와 제주 출신은 없다. 여성은 30명 가운데 내각에만 2명(조윤선 윤진숙)이 포함됐다. 여성대통령 시대에 여성이 약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색해진 셈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