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5년, 사랑은 변해도 정은 남더라” 임기 정리하며 소회 밝힌 이명박 대통령
입력 2013-02-19 22:21
5년 임기를 정리하며 소회를 밝히는 날로 19일을 택한 이명박 대통령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 7시30분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했고 곧바로 춘추관에 내려와 퇴임 연설을 했다. 낮 12시30분부터는 출입기자단과 고별 오찬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로 들어온 김황식 총리 등 국무위원들에게 일일이 안부를 물으며 인사말을 건넸다. 회의가 끝나자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9명의 초상화가 걸린 청와대 세종실에 이 대통령 초상화를 거는 행사가 열렸다. 가로 53㎝, 세로 65㎝의 초상화는 김대중 전두환 전 대통령 초상화를 그린 정형모 작가의 작품이다. 이 대통령은 “피부가 잘 나왔다. 실물보다 낫다”며 농담을 던졌다. 무궁화실 쪽에는 부인 김윤옥 여사의 초상화(25.4㎝×30.5㎝)가 역대 영부인 초상화들 옆에 걸렸다.
1시간 남짓 휴식을 취한 이 대통령은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연설을 했다. 평소보다 침착한 톤으로 무려 A4용지 17쪽이나 되는 연설문을 낭독했다. “위대한 국민과 더불어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지난 5년이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되고 영광된 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녹색성장’ ‘글로벌 코리아’ ‘마이스터고’ ‘신(新)고졸시대’ 등 대표적 치적을 한 단어로 압축해 표현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과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높이 평가한다”거나 “겉으로 보기와 달리 북한 안에선 큰 변화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단 오찬에선 훨씬 편안한 모습으로 퇴임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계획을 얘기했다. 기자들에게 “우리말에 정(情)이 있다. 사랑은 변해도 정든 사람은 끝까지 동고동락한다. 여러분과 나는 그런 관계 아니냐”고 말했다. “지금까지 5년을 바쁘게 일했다. 내 지론은 바쁘면 건강을 해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퇴임 후에도 그렇게 살겠다”고 했다.
현 정부 정책에 반대했던 야당 등을 겨냥해 “(일을) 모르는 사람은 우리를 많이 비판하겠지만 일해 본 사람은 우리를 이해할 것이다. 다른 말로는 모르는 것들이 꺼떡거린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재직 시절 청와대를 건립하고 상량식 때 참석했던 일을 떠올리고는 “내가 나중에 있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잘 지을 걸”이라 말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
100명이 넘는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이 대통령과 김 여사는 손을 흔들며 영빈관을 나갔다.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24일에도 박 당선인 취임식 참석차 방한하는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만난다. 잉락 총리가 “꼭 만나고 싶다”고 해 잡힌 일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 접견을 마지막으로 이날 오후 늦게 청와대를 나와 서울 논현동 사저로 갈 예정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