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인선 마무리] 경제라인, EPB 출신 쌍두마차… 재정정책 통한 성장·복지 불때기
입력 2013-02-19 22:14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통해 본 차기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성장’과 ‘재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창설돼 국가 주도의 강력한 성장 정책을 펼쳤던 경제기획원 출신들을 경제 사령탑으로 불러들였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과감한 재정투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성장에 우선순위=새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부총리 부처로 격상시켰다.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 경제정책 집행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박 당선인은 박 대통령 시절인 1975년 경제기획원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작성에 직접 참여한 경력이 있는 현오석 후보자를 1기 경제부총리로 지명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 탓에 민간 부문이 극도로 투자를 꺼리고 있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선 과감한 재정집행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돈줄’을 쥔 기재부에 권한을 더 실어줘 부처 이기주의를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했던 현 후보자의 경험은 박 당선인이 생각하는 국가 주도의 성장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현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시절에도 성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경제부총리와 짝을 이뤄 대통령 의중을 정책과 연결시켜야 하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적극적 재정론을 주장하는 조원동 조세연구원장을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내정자는 1981년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조 내정자는 실물경제 위축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 사령탑 역할보다 실무형 부총리 관측=임용 기준으로 8년 선후배 사이인 현 후보자와 조 내정자는 과거 경제정책국장(현오석)과 경제심의관(조원동)으로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데다 충청-경기고-서울대 선후배 출신의 거시정책통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호흡을 맞추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이번 경제라인 인선을 두고 박 당선인의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임 박재완 장관이 MB정부의 실세였다면 현 후보자와 조 내정자는 정통 관료 출신이다. 부총리로 위상은 높아졌지만 기재부 장관의 위세가 이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원인이다.
박 당선인이 “3∼6개월 안에 공약을 모두 달성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어 달라”고 말할 만큼 집권 초기는 공약이행 재원 마련과 효율적 집행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새 경제 라인은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에 주력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당초 공약했던 책임장관 형태보다는 청와대로 정책 결정이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조 라인의 공조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내정자가 비록 공직 후배이긴 하지만 2008∼2009년 총리실 국정운영실장으로 근무하며 당시 현 후보자가 원장으로 재직하던 KDI의 예산권을 쥐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를 두고 박 당선인이 옛 재무부 출신인 ‘모피아’ 대신 경제기획원 출신을 중용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수석 조원동, 일처리 꼼꼼한 거시경제 전문가
조 내정자는 거시정책통이다. 행정고시 23회로 1981년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재정경제부 정책조정심의관, 경제정책국장을 거치며 정통 경제관료로 경력을 쌓았다. 참여정부 말기에 재경부 차관보를 맡으며 부동산 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획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을 거쳐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으로 발탁됐고, 2009년 차관급인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을 맡았다. 2011년 9월 한국조세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조세와 재정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해 왔다.
합리적인 성품에다 일처리가 꼼꼼해 주변의 신임이 두텁다. 2006년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재직 시절에는 부처 공무원 직장협의회가 뽑은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선정됐다. 똑똑하고 일은 잘하지만 혼자 일하는 ‘독야청청 스타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