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필리핀 몬탈반CDP센터 이인로 선교사] “아이 섬기는 지금 너무 행복”
입력 2013-02-19 18:41
필리핀 몬탈반 지역의 이인로(57)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주신 제2의 인생을 필리핀의 빈민가정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몬탈반 지역은 쓰레기마을로 알려진 톤도와 빠야따스 등 필리핀의 빈민촌에서 자·타의로 이주한 빈민가정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필리핀에 오기 전까지 이 선교사는 미국에서 성공한 이민 사업가였다. 1984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로 이민 갔던 그는 빌딩 청소 등 밑바닥에서부터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성실하게 생활한 그는 4년 만에 개인 사업체를 차리는 등 비교적 빠르게 이민사회에서 자리를 잡았다.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 온 것은 14년 전이다. 오랜시간 간 질환을 앓던 이 선교사는 1999년 10월 이식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그는 미국 의료진으로부터 2차례 ‘사망 선고’를 받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료진의 설명에 유서를 쓰고, 한국의 친척들을 불러 장례를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치유의 손길은 기도 가운데 찾아왔다. 목회자인 친형이 모든 희망을 잃은 그에게 기도원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형의 권유에 따라 그는 무조건 한국행을 택했다. 항공사에서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지 않자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는 각서까지 쓴 뒤, 그는 어렵게 경기도 파주의 한 기도원에서 40일 작정기도를 시작했고 건강을 회복했다.
이 선교사는 이후 순복음신학교에서 공부하고 2007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필리핀에는 2006년 10월에 도착해 이후 8년째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이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새로운 생명을 주셨을 때, 어린 시절의 서원을 기억하고 선교사로 헌신키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대책 몬탈반CDP센터에서 571명의 결연 아동들을 돕고 있다. 오갈 곳 없는 수백명의 아이들이 방과후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매년 새 교복을 지원받는다. 매일 120여명의 학생들이 센터에서 아침, 저녁 식사를 제공받고 있다. 그의 헌신적인 돌봄으로 2010년 15%였던 지역 내 결핵 아동 비율은 지난해 10월 2%로 내려앉았다. 이 선교사는 “아이들과의 함께하는 지금의 삶은 미국에서의 부유했던 생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며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망설임 없이 몬탈반의 아이들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이 선교사는 “가난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한 아이들에게 징검다리가 되어 주는 일,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믿음을 심어 주면 분명 삶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며 “이 아이들의 변화되면 결국 이 사회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몬탈반(필리핀)=글·사진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