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력 한계 드러낸 정부조직 개편 협상
입력 2013-02-19 22:34
여야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20일 가까이 소모적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이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몰돼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달 말이다. 여야는 당초 이를 지난 14일 처리키로 합의했으나 2차 시한인 18일에도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협상 주체인 양당 원내 사령탑이 나서 상대를 탓하며 노골적인 감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최대 쟁점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고 있는 방송진흥 정책 권한의 이관 문제다. 여당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이를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방송 공공성 확보를 위해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미래부가 방송발전기금과 광고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되면 정부가 방송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여당은ICT 전담 부서 신설 등은 민주당도 대선 당시 약속한 사안이라며 인수위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논리에는 각각 나름대로 수긍할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정치권이 충돌되는 주장 사이 어떤 합의점이나 대안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19대 국회 들어 여야가 모두 새로운 정치, 일하는 국회를 다짐했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정 파트너인 야당과 적극 소통하겠다거나 발목잡기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구태의연한 과거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국회 일정상 다음 본회의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여야 합의로 새 일정을 잡지 못한다면 25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도 정부 골격조차 잡히지 않은 채 새 대통령이 구 내각과 일하는 사태가 빚어지게 된다. 이는 여야 없이 정치권 전체의 패배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때도 통일부를 폐지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심각했지만 정부조직 개편안은 대통령 취임 5일 전 국회를 통과했다. 대북 정책의 방향과 직접 연관된 통일부 존폐 문제는 현재의 쟁점들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었지만 여야는 어렵게 합의에 도달했다. 최근 정부조직 개편 처리가 표류하는 원인이 사안의 중대성보다 양측의 정치력 부족이나 소통 노력 미흡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는 여야 당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할 때다. 필요하면 박근혜 당선인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야당 주장 가운데 들어줄 것은 싹싹하게 들어주고 야당도 당선인의 정부 운영 구상을 존중하는 대승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정치권 전체가 승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