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스로 토착형 선교모델 찾도록 도와야”… 한국선교사 중국 파송 100주년 ‘패러다임을 바꾸자’
입력 2013-02-19 17:06
한국의 1호 파송선교사인 고(故) 박태로 목사가 1913년 5월 선교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배를 타고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도착했다. 중화예수교장로회 화북대회가 열리던 당시 중국인들은 한국선교사를 파송하겠다는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의 계획을 꺼려했다. 대국의 자존심이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교활동을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감시망은 촘촘했다.
100년이 지난 현재 중국 내 기독교의 입지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장을 이루었다. 중국 내 크리스천(천주교 포함)은 2010년 아시아하베스트 통계에서 1억34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63%인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정부도 지역개발이나 문맹퇴치와 같은 기독교의 선한 영향력을 일부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992년 한·중수교가 맺어진 뒤 중국의 한국선교사 수는 급증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039명의 한국선교사가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선교사들이 가장 많이 파송된 국가다. 선교사의 수적 증가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선교전략도 시도되고 있다.
한 예로 KWMA는 최근 ‘다자 접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선교사와 한인교회 목회자, 한국선교전문가, 중국인 교회 지도자와 외국인선교사 대표 등 20명 안팎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현지 곳곳에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달 말 중국 산둥성과 청도 등지에서 현장조사를 한 KWMA 한정국 사무총장은 “서구형 선교모델을 빠르게 받아들여 우리 나름의 복음화를 이룬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며 “핵심은 서구와 한국의 모델을 참고해 중국인 스스로 토착형 모델을 찾도록 하는 선교활동”이라고 말했다.
중국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선교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이 피선교지에서 명실상부한 파송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중국선교에서 선교중국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도록 하는 비전이다.
중국의 선교환경이 급변한 만큼 우리의 선교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미전도종족선교연대(UPMA)의 해외리서치팀이 지난해 7월 3∼17일 중국 운남성 쿤밍 등지에서 조사한 결과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았다. 조사는 경력 3∼19년의 선교사들을 인터뷰하는 방식 등으로 이뤄졌다.
UPMA 현장보고서에 따르면 선교사들은 가장 큰 문제로 한국식 신학교 운영을 꼽았다. 한국식 신학교 방식대로 전임 사역자를 양육하는 시스템이 현지 사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교회의 사역자들은 직업을 갖고 복음을 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 선교사들은 ‘풀타임 사역’을 성경적이라고 요구하는 측면이 작지 않다. 교단이나 강사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커리큘럼도 체계화해야 한다.
‘돈 선교’의 폐해 또한 극복해야 한다. 한국선교사들이 90년대 중국의 동북3성(東北3省)을 중심으로 조선족 선교를 하면서 현지 사역자들을 키우기보다는 교회개척 등을 통한 물질적 혜택을 주는 방식에 치우쳐 지속적인 중국선교에 장애가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교지 쏠림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소수민족 선교는 1995년 시작된 이후 2000년대 중국의 동부 해안 지역에서 중부 내륙과 서부 지역으로 서서히 전진해왔다. 그러나 상당수 한국선교사들은 한족 가정교회나 삼자교회에 치우치는 기존 패턴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티베트불교권종족, 이슬람종족, 정령숭배종족 등에선 복음이 여전히 절실한 만큼 선교사 전진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UPMA 대표 정보애 선교사는 “가장 많은 한국선교사가 활동하는 곳이 중국이지만 중국 내에서 중복투자 된 지역이 많아 선택과 집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