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보통 사람
입력 2013-02-19 17:06
정홍원 새 정부 총리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회견에서 스스로를 ‘화려한 경력을 갖지 않은 보통 사람’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아울러 “저같이 보통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세우시겠다고 하는 당선인의 의중을, 저는 보통 사람을 중시 여기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총리 후보자가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한 말에 동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보통 사람’ 수준은 일반적인 기준보다 훨씬 높아 보입니다. 그분이 ‘보통 사람’이면 우리 같은 진짜 보통 사람은 보통 사람도 되기 힘들지요. 그분의 말을 비틀고 싶어서 이러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법조인으로 평생을 보내고 아들도 이어서 검사인 그분이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요. 배 아파서도 아니고 비난하려는 생각도 아닙니다만 2년 만에 예금이 5억원이나 늘어나는 것도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경험한 수준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분은 아마 ‘보통 사람’을 해 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정도면 보통 사람이라는 순진한 착각을 한 것입니다. 정말 ‘보통 사람’이려면 ‘보통 사람’을 경험이라도 해 보았어야 할 텐데….
필자도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으로 볼 수 없는 것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때론 특별하게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조심합니다. 그러나 기대하고 싶습니다. 총리 후보자 그분이 ‘보통 사람’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말 ‘보통 사람’들을 생각하고 살기를.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그리고 보통보다는 좀 더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보통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하고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좋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애환을 직접 경험하긴 힘들어도 그들 편에서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시장에 나가 떡볶이 사먹는 것만으로는 보통 사람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것은 그냥 정치적 쇼로 보입니다. 그보다는 진정으로 보통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살펴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을 펴고 그런 것들이 보통 사람들의 피부와 닿을 만큼 실천되는지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총리 후보자가 이어서 한 “당선자가 보통 사람을 중시 여길 의중을 갖고 있다”는 말에는 반가움과 기대가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이면,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보통의 즐거움을 누리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평생 5억원 벌기도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며 작은 행복에 즐거워하는 진짜 보통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 보통 사람들을 이해하고 따듯하게 품어주는 분들에게도 고개를 숙이고 싶습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