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양육 친정집만한 곳 있나요”… 육아정책硏, 영아 키우는 여성 1000명 설문

입력 2013-02-18 19:16


출산 후 올봄 회사 복직을 앞두고 있는 조수연(31)씨는 최근 경기도 일산에서 친정집 근처인 서울 상도동으로 이사했다. 출산 휴가가 끝나고 복직을 해야 하는데 아이를 맘 놓고 맡길 곳이 친정어머니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조씨는 “어린이집과 도우미 등도 생각해봤지만 가족, 특히 친정엄마만큼 믿을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변을 봐도 시부모보다는 친정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직장맘들이 많다”고 말했다.

시부모보다 친정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18일 공개됐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생후 36개월 미만 영아를 둔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 설문조사한 결과, 부모를 제외한 가족이 아이를 돌보는 경우 외조부모가 주 양육자인 비율이 친조부모보다 1.6배 높게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족이 아이를 돌보는 경우 주 양육자는 외조부모가 53.8%, 친조부모가 34.2%, 타 친인척이 12.1% 순이었다. 이들의 연령대는 60대 이상이 가장 많았다.

가족 양육자를 선택한 이유는 ‘주변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어서’라는 응답이 65.4%, ‘편의대로 시간 조정이 가능해서’라는 응답이 25.7%를 차지했다. 친정엄마에게 5개월 된 아이를 맡기고 직장생활 중인 김모(33·여)씨는 “아이를 시부모에게 맡기면 마음이 훨씬 불편하고, 간섭도 더 심해 가정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둘째를 나아도 친정부모에게 양육을 부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친정어머니가 먼저 아이를 맡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힘들게 대학까지 다녔고 번듯한 직장에도 다니는 딸의 미래가 아이 양육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신정주(31·여)씨는 “간호사가 월급도 괜찮고 여성이 계속하기에 좋은 직업이라면서 친정엄마가 흔쾌히 봐준다고 해 지난해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속 출산계획도 친인척이 아이를 돌보는 가구에서 가장 많이 세우고 있었다. 그 뒤로 부모가 직접 키우는 가구, 육아 도우미를 이용하는 가구 순이었다. 후속 출산계획이 없는 이유는 양육비 부담이 50.2%로 가장 높았다.

육아정책연구원 이정원 박사는 “사회적으로는 최근 만혼화와 출산시기가 늦어지면서 조부모의 연령도 같이 올라가고 있어 이들에게 전적으로 양육을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적 영아 양육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