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 보안 책임자’로 변신한 해커

입력 2013-02-18 23:10

17일(현지시간) 실시된 에콰도르 대선의 보안 업무를 미국의 전직 해커 케빈 미트닉(50)이 맡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독학으로 컴퓨터를 공부한 미트닉은 고교시절 학교 전산망에 침입해 성적표를 조작하면서 해커 인생을 시작한 바 있다. 이후 미 연방수사국(FBI) 및 모토로라 선마이크로시스템 노벨 노키아 등 주요 기관과 기업을 해킹한 혐의로 1995년 체포돼 5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날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는 IT보안업체 ‘미트닉시큐리티컨설팅’이 선거 통계 및 전산시스템을 관리함으로써 미트닉은 출소 13년 만에 해커에서 보안 파수꾼으로 변신한 셈이다.

대선 결과는 현직 라파엘 코레아(48) 대통령의 3번째 당선이었다. 코레아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고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과 더불어 남미 정국을 주도하는 좌파 정치인이다.

그는 개표가 75%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56%의 득표를 얻어 23% 득표율에 그친 야당 소속 길레르모 라소 후보를 크게 앞지르고 승리를 차지했다. 코레아는 “승리는 여러분의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의 세 번째 임기는 4년이다.

코레아의 승리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의 망명을 둘러싼 미국·영국과의 힘겨루기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폭행 혐의를 받아 스웨덴 법정에 설 위기에 놓였던 어산지는 지난해 8월 에콰도르 정부의 망명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현재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머물고 있다. 어산지는 한 인터넷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미·영의 체포 시도를 피하기 위해 고국인 호주에 위키리크스당을 창당해 9월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