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버냉키 자리에 스승 온다? 연방준비제도의장 임기 2014년 만료… 후임 대학스승 피셔 물망
입력 2013-02-18 19:03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스승은 흔쾌히 제자의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을까. 어쩌면 미친 소리로 들릴지 모르는 이런 가정이 경제위기 해법 찾기에 골몰한 미국에서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바로 2014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후임으로 버냉키 의장의 대학 스승인 스탠리 피셔(69)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셔 전 총재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건강상태를 갖춘 데다 뛰어난 경제학자에 세련된 규제를 발휘할 능력, 탁월한 외교 감각과 정치역량 등 오늘날 중앙은행장에게 요구되는 모든 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총재로 아시아 통화위기 발생 당시 대응과정에서 수완을 발휘했으며 씨티그룹 부회장으로 민간 영역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직을 놓고 2003년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과 격돌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전통적으로 유럽이 차지하던 IMF 총재 후임으로 거론되는 등 국제금융계에서 널리 알려진 실력자로 통한다.
그는 경제학계에서 최고봉 중 하나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당시 학생이던 버냉키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도하기도 했다. 특히 버냉키 의장에게는 대공황 연구와 관련해 막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그가 Fed 의장 후보로 부상한 이유로 영국이 지난해 11월 마크 카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를 영란은행(BOE) 총재로 영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직책에 외국인을 등용하는 것을 꺼리던 상황에서 영국이 318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앙은행 총재에 외국인을 기용하자 미국 역시 이스라엘 국적을 갖고 있는 피셔 전 총재 기용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76년부터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피셔 전 총재는 2005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직을 맡으며 이스라엘 국적을 얻었다.
버냉키 의장 후임 인선은 이번 여름부터 시작돼 가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만일 피셔 전 총재가 지명된다면 냉각기인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 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