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만에 한글 이름 들어간 초등학교 졸업장 받는다… 근로정신대 피해 김재림 할머니

입력 2013-02-18 19:00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재림(83·광주 양산동·사진) 할머니가 69년 만에 초등학교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전남 화순 능주초교는 19일 제100회 졸업식에서 김 할머니에게 재발급한 졸업장을 수여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김 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친척 언니의 말에 속아 14세 때인 1944년 5월 일본으로 갔다. 하지만 공부는커녕 군수업체 미쓰비시 중공업이 운영하는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 1년여를 혹독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이듬해 8월 해방된 뒤 귀국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출신이라는 오해 속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김 할머니는 지난달 시민모임 회원들과 모교를 찾았다가 문서고에 보관 중이던 옛 학적부를 발견하고 감회에 젖었다. 1944년 3월 개최된 31회 졸업생 명단에서 일본 총독부에 의해 창씨개명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것이다. 화순 능주초교는 김 할머니를 위로하고 명예회복을 돕는 의미에서 한글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재발급하고 졸업식을 다시 치르도록 했다.

김 할머니는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제대로 말씀도 못 드리고 일본으로 끌려갔던 당시를 떠올리니 눈물이 난다”며 “졸업식장에 다시 선다고 하니 새 신부처럼 가슴이 설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