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트’ 홍보차 첫 방한 美 저메키스 감독 “비행기 추락 사고 숨겨진 진실… 기장의 갈등 그렸어요”
입력 2013-02-18 19:02
영화 ‘백 투 더 퓨쳐’(1985) ‘포레스트 검프’(1994) ‘캐스트 어웨이’(2000) 등으로 유명한 미국 할리우드의 로버트 저메키스(61)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28일 개봉하는 신작 ‘플라이트’ 홍보를 위해서다. 비행기 추락 사고를 둘러싼 숨겨진 진실을 다룬 이 작품은 저메키스 감독이 ‘캐스트 어웨이’ 이후 13년 만에 연출한 실사영화다.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오랜만에 실사영화를 만든 배경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시나리오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을 처음 찾은 것에 대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꼭 한번 오고 싶었지만 그동안 기회가 없었는데 초대해줘 영광”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비행기 결함으로 일어난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시켜 영웅으로 추앙받던 기장이 사실은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이고, 비행 중에도 술을 마셨다는 것을 스스로 밝힐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초반의 비행기 사고 장면은 CF영화의 대가답게 스펙터클하게 연출했고, 주인공의 내면 갈등을 그린 중후반은 섬세한 드라마로 풀어냈다.
파일럿 출신이기도 한 감독은 “어떤 작품이든 감정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방식을 보여주려 한다”며 “‘플라이트’에서도 내 경험을 바탕으로 비행기 사고 장면을 사실적으로 촬영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기장이 거짓말을 하면서 계속 영웅으로 남느냐, 진실을 밝히고 마음의 자유를 얻느냐는 갈등은 실제 우리 인생이랑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플라이트’는 2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라 있다. 저메키스 감독은 기장 역을 맡은 배우 덴절 워싱턴(59)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재능이 많은 대단한 배우입니다. 아이디어가 많고 직감이 뛰어나고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에 상을 꼭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 모션 캡처 등 신기술을 선구적으로 시도해온 그는 “디지털 영화를 굉장히 사랑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방식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30년 가까이 일류 감독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그저 내 안의 열정을 따라왔을 뿐”이라며 “영화를 최대한 잘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고 답했다.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번에 장진 감독을 만나기로 돼 있는데, 그의 작품 두 편을 봤다.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컴퓨터그래픽 기술에 대해서는 “디지털로 만든 한국영화는 아직 못 봤다. 좀 연구해봐야겠다”며 웃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