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내리고 중도환급액 올리고… 혁신상품 돌풍
입력 2013-02-18 18:57
기존 공식을 깬 보험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이해하기 쉬운 상품 내용과 저렴한 보험료, 높은 중도해지 환급률 등을 앞세워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보수적인 보험업계 판도를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다만 설계사에게 떨어지는 수당이 적어 결국 뒷심이 달릴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8일 출시한 변액적립보험 ‘진심의 차이’가 지난 14일까지 2015건 계약됐다고 18일 밝혔다. 계약 금액은 399억5900만원이다. 영업일로만 따지면 13일간 매일 평균 155건, 30억7377만원어치가 팔린 셈이다.
‘진심의 차이’는 이 상품의 전신으로 지난해 4월 출시된 ‘연금 받는 변액적립보험 (무)1204’(초기 13일간 계약건수 117건, 금액 46억3900만원)보다 17배나 많이 팔렸다. 돌풍의 원동력은 월등히 높은 중도해지 환급률에 있다. 이 보험은 12년 납입 상품 기준으로 계약 후 3개월 만에 해지해도 원금의 90% 이상을 돌려받는다. 같은 조건에서 이전 상품의 환급률은 0%였다. 90%대를 받으려면 최소 5년은 유지해야 했다.
낮은 환급률은 만성적 소비자 불만 대상이었다. 계약 성사 시 보험사가 설계사 등에게 수당(판매 수수료)을 한꺼번에 지급했기 때문에 환급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보험 상품이 이런 식이다. 반면 ‘진심의 차이’는 판매 수수료를 최대 7년간 나눠 지급하도록 사업비 체계를 뜯어고쳤다. 설계사는 계약을 오래 유지해야만 전과 같은 수준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진심의 차이’와 함께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준 상품은 현대라이프 ‘제로(ZERO)’다. 지난달 2일 단순함을 앞세워 등장한 이 상품은 사망, 암, 5대 성인병, 어린이 등 4개 보장만으로 구성된 순수 보장성 보험이다. 특약이 없고 만기는 10년과 20년뿐이어서 소비자가 헷갈릴 일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 보험의 보험료가 가입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던 것과 달리 성별과 나이가 같으면 동일한 보험료로 같은 보장을 받는다.
‘제로’는 특약과 갱신, 만기환급금이 없어 보험료가 싸다. 다른 보험이 월 18만원 정도 내야 하는 조건에서 월 2만9000원으로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지난 15일까지 7998건, 1억5098만원어치가 계약됐다. 매일 242건씩 팔린 셈이다.
두 상품은 보험사들이 고수하고 있던 상품 구조를 소비자 입맛에 맞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험업계도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장기 운용 가능성이 미지수라고 평가한다. 국내 보험 시장은 설계사가 찾아가서 파는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당이 크게 줄어든 만큼 설계사들에게 적극적 판매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상품 구조의 단순함만으로는 보험 가입을 이끌어내기 힘들다고도 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두 상품은 관행을 깨는 촉매제 역할”이라며 “많은 고객이 찾으면 기존의 보수적 보험사들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