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에 서면 언제나 청춘”… 60세로 동계체전 최고령 출전 권용정 경북대 교수
입력 2013-02-18 18:49
“힘이 닿는 한 스키를 탈겁니다. 나이는 환갑이지만 체력은 20대입니다.”
18일 개막한 제94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키 알파인 남자 일반부에 출전한 권용정(60)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이번 대회 최고령 출전 선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권 교수는 한국곤충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곤충박사’로 더 유명하다.
권 교수에게 18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왜 스키를 타느냐’고 물었더니 “호연지기를 길러주는 종목”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축구나 배구는 상대가 있지만 스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홀로 완주를 하고 기록을 단축시키는 데 무한한 쾌감이 있다고 했다. 또 건강 유지에도 좋다고 한다. 그는 “우리 나이에는 골다공증이나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스키를 많이 타서 그런지 나는 그런 게 없다”고 껄껄 웃었다.
권 교수가 처음 스키를 접한 것은 41년 전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경북대 1학년 때인 1972년 대학 산악부 회원이었던 권 교수는 당시 설악산 겨울 등반을 마친 후 내려오다 진부령 눈밭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호기심에 곧바로 민박을 해 스키를 배웠다고 한다.
이후 스키 국가대표였던 아들을 따라다니면서 스키를 즐기던 권 교수는 2006년 오스트리아에서 당시 83세의 노인이 대회에 참가한 것을 보고 자극받아 본격적으로 스키 선수로의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오스트리아에서 이름이 한스라는 분을 만났는데 그 고령에 부부가 함께 스키를 즐기고, 대회에 나가는 것을 보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권 교수는 여름이나 겨울에도 항상 스키 생각에 빠져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한국곤충학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국내 곤충학계에서 저명한 학자로 통한다. 그래서 여름이나 겨울에도 자신의 전공과 스키를 접목시켜 활동하고 있다. 여름에는 유럽 알프스로 가서 낮에는 겨울 곤충을 채집하고 오후에 스키 연습을 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도 겨울에 곤충조사를 하면서 스키를 탄다고 한다. 권 교수는 “2006년에도 우리나라에서 영하 20도에도 움직이는 곤충을 발견해 화제가 됐다”면서 “이번 주 금요일에도 대학원생들과 곤충 조사 겸 스키 연습을 하기 위해 무주에 간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권 교수는 2009년 90회 때부터 동계체전에 발을 들여놓았다. 사전 경기로 13일부터 사흘간 열린 올해 동계체전 스키 알파인에선 비록 회전 종목에서만 9위에 오르고 다른 종목에서는 10위 권 밖에서 맴돌았지만 권 교수의 포부는 크다. 권 교수는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모든 종목에서 한 자릿수 등수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라며 “80∼90살까지는 충분히 스키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몸이 되는 한 동계체전에도 계속 출전할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