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저는 대한민국서 가장 행복한 일꾼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마지막 라디오 연설
입력 2013-02-18 22:25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고별 라디오 연설을 했다. 임기 시작 8개월 후부터 거의 빠짐없이 월요일 오전 격주마다 해온 이 연설은 이번이 109번째였다.
오는 25일 오전 0시 공식적인 임기를 마치는 이 대통령은 KBS1 라디오와 교통방송·동영상사이트 유튜브 등으로 방송된 연설에서 “정치의 시대를 넘어 ‘일하는 시대’를 열고 권력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꾼이 되고자 했다”면서 “저는 대한민국의 가장 행복한 일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처음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기승을 부리던 2008년 10월이었다. 취임 직후부터 찾아온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파장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대공황을 겪던 1930년대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담화(Fireside Chat)’의 한국버전으로 출발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벽난로 옆에서 공황에 지친 미국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라디오 연설을 했었다. 이 대통령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7분가량의 대국민 메시지에 정치, 경제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 현안을 총망라해 담았다.
고별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첫 연설 당시를 떠올리며 “세계 어떤 선진국도, 어떤 전문가도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에 직면해 정부는 모든 것에 우선해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쏟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성원해주시고 다 함께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역설했다. 천안함 46용사의 이름을 모두 불렀던 2010년 4월 18일 연설을 회고하면서는 “목이 메고 가슴이 저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며칠 뒤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며 “지난 5년간 매 순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일했기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민들 살림살이가 여전히 팍팍하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분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게 돼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직을 떠난 뒤에도 우리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미력을 다할 것”이라며 “위대한 국민의 부름을 받아 일한 지난 5년은 저에겐 너무 힘든 시간이었지만 또 한편 큰 기쁨이자 영광의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을 맺었다. 이 대통령은 19일 오전 11시 마지막 대국민담화를 통해 취임 후 5년간의 소회와 향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활동 방향 등을 밝힐 예정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