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벗어나기’ 갈수록 어려워진다
입력 2013-02-18 18:48
한번 가난해진 가정은 빈곤을 탈출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공개한 ‘2012년 한국복지패널 심층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5년부터 5년간 5637가구의 소득 추이를 추적해 분석한 결과, 전체 빈곤가구 중에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빈곤층에서 벗어난 비율(빈곤탈출률)은 2005∼2006년 35.4%에서 2006∼2007년 33.2%를 거쳐 2008∼2009년 31.3%까지 4.1% 포인트 낮아졌다. 가난이 길고 질겨졌다는 뜻이다.
빈곤층은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 소득 중간값)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경상소득(조세 및 사회보장 부담 포함)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빈곤탈출률은 2005∼2006년 32.6%에서 2008∼2009년에는 28.8%로 떨어졌다.
반면 새로 빈곤가구에 편입된 비율(빈곤진입률)은 같은 기간 6.7∼7.7%(가처분소득 기준)를 오가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적 위기를 맞는 사람은 꾸준히 생기고 있는데 일단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나면 탈출은 어려워진 것이다.
소득변동이 가장 드문 완고한 계층은 최상층과 최하층이었다. 2005년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의 79.9%,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가구의 73%가 5년 뒤에도 여전히 최상층과 최하층을 유지했다. 그나마 이동이 활발한 것은 중간계층이었다. 소득 2∼4분위는 비교적 소득변동이 많아 각각 54.5∼57.6%만 이듬해 원래 속한 계층에 남아있었다. 그중 수입이 가장 많이 줄어든 집단은 소득 4분위(두 번째로 소득이 많은 그룹)로 전체의 25%가 1∼2단계 계층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가구 소득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도 계층이동이 더 힘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도별 가구 소득 간 상관계수를 계산해보니, 2005∼2006년 0.646에서 2008∼2009년에는 0.841로 높아졌다. ‘2005년과 2006년’에 비해 ‘2008년과 2009년’ 소득 변화가 더 적었다는 뜻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