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高 위기? 교사가 달라지니 일류高 됐다

입력 2013-02-18 22:09


“여기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 이름 거의 다 외우신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자)

“성적 떨어지고 오르는 것도 다 아세요.”(대전 전민고 A학생)

“어떤 무리에 누가 있는지도 다 아세요. 밥 먹고 있는데 옆에 오셔서 누구는 없네? 막 그러세요.”(B학생)

“그럼 기분이 어때?”(연구자)

“부담스럽기도 하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A학생)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일반계 고교의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부 잘하는 일반고 6곳에 대한 심층 분석 결과가 나왔다. 위기 극복의 핵심 비결은 교장·교사의 열정과 노력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서울 강서고, 대전 전민고, 청주 세광고, 경기도 부천여고, 양평 양일고, 포항 영일고를 찾아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일반고 가운데 201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우수’ 학력 비율이 40% 이상(도시지역 학교는 50% 이상)이면서 성적 향상이 많이 이뤄진 곳이다. 평가원은 18일 연구결과를 담은 ‘학업성취 우수 일반고의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 특성 분석’을 공개했다.

◇교장의 열정이 우수학교 만든다=공부 잘하는 학교의 공통점은 교장이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포항 영일고도 교장이 학생의 이름과 특징, 성적 변화가 적힌 노트를 갖고 있다. “아침에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지요. 처음엔 어리둥절했던 학생들도 익숙해집니다.”(영일고 최상하 교장) 부천여고는 정민환 교장이 존중하는 자세로 교사를 대해 학교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평가원은 “교장과 학생 사이 쌓인 신뢰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사의 헌신으로 성적 향상=서울 강서고 교사들은 자율학습감독을 포함해 일주일에 3∼4일 오후 9시 이후까지 학교에 남는다. “(밤에도) 교실에 다 불이 켜져 있어요. 선생님들이 남아서 애들 멘토(일대일 상담)하고 있는 거예요.”(강서고 교감)

강서고의 180석 규모 자율학습실은 본래 교무실이 있던 자리다. 교사들이 양보해 리모델링한 것이다. 포항 영일고는 방과 후 과목별 질의응답실을 운영한다. 학년별로 하루에 교사가 2명씩 배치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다. 번호표를 나눠줄 정도로 이용하는 학생이 많다. 양평 양일고는 교사의 수업 운영과 소통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관찰됐다.

◇수준별 수업 활발=또 다른 특징은 수준별 수업이 활발히 이뤄진다는 것이다.

청주 세광고는 성적이 부진한 1학년 학생을 위해 중학교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기초과정을 운영한다.

전민고는 1년에 4차례 수준별 학급을 편성해 실력 변동에 맞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연구에 참여한 평가원 이미경 연구위원은 “성적 우수 학생뿐 아니라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을 포용하려는 노력이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