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체감경기 금융위기 수준 급락

입력 2013-02-18 22:42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인 전모(59)씨는 지난달 아내와 함께하던 치킨전문점 문을 닫았다. 지난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손님 수가 한창때의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빚도 1000만원 가까이 떠안았지만 그래도 폐업한 다른 치킨전문점 점주들보다 액수가 적은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자영업자 수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의 ‘자영업 러시’에 이은 ‘탈(脫)자영업 러시’가 우려되고 있다.

18일 소상공인진흥원이 발표한 소상공인 체감경기 동향지수(BSI)는 1월 65.5로, 전달인 지난해 12월보다 24.3포인트, 1년 전보다 17.3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지수는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3200개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 동향을 파악해 매달 발표하는 것으로 1월의 65.5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의 54.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통시장의 체감경기는 더 나쁘다. 시장경영진흥원이 전국 전통시장의 점포 1300곳을 조사한 시장경기동향지수(M-BSI)를 보면 1월 체감지수가 42.2로 전월 대비 10.0포인트, 전년 동월과 비교해 8.3포인트 하락했다. 체감지수는 월별 조사를 한 2006년 4월 이래 지난해 3월(41.7)을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악화된 상황은 자영업 이탈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자영업자는 지난해 1월보다 2만1000명 줄어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자영업에서 빠져나간 이후 임금 근로자로 재취업이 쉽지 않은 만큼 이 같은 탈자영업 러시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영업에서 이탈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바로 전업하지 못하면 복지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임시일용직으로 전환할 경우 임시일용직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져 자영업에서와 같은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