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제한’ 대형마트, 도매업으로 우회로 찾기… 고속도 휴게소까지 진출

입력 2013-02-18 17:43

도심에서 새로 매장을 열기가 힘들어진 대형마트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와 도매업에 진출하는 등 우회로를 찾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정부의 규제가 심해지자 대형마트들이 새로운 형태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홈플러스는 최근 개인 슈퍼마켓을 상대로 물품을 공급하는 도매사업을 시작했다. 홈플러스의 자체 상표(PB) 상품 등을 포함한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매점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마트도 에브리데이를 통해 동네 슈퍼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편의점업체 ‘위드미’에도 상품을 공급한다고 나서 사실상 편의점업 진출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대형마트는 도매업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오는 4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 프리미엄 휴게소에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연다. 매장은 면적 2300㎡ 규모로 신선식품 비중을 줄이고 전체 매장 면적의 70%를 골프 등 아웃도어 관련 의류 매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거리 제한 규제를 받는 커피전문점도 예외는 아니다. 카페베네는 최근 중부선 하남 하이웨이파크 민자 유치개발사업자로 최종 선정돼 10만㎡ 부지에 문화휴식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형마트와 커피전문점이 이처럼 점포를 변형 확장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형태로는 더 이상 사업을 키울 수 없기 때문에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중소상권과의 상생 차원에서 가해지는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는 최근 대형마트의 도매업 진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대형마트의 도매업 진출은 60만명에 이르는 중소 도매 납품업자들의 시장을 뺏는 행위”라며 “도매상에 납품하는 중소제조업체들에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진출하면 그간 휴게소에서 영업하던 중소상들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상인들을 살리기 위해 규제를 시작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대규모 자본이 잠식한다면 규제의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상생 의지가 부족하다는 중소상권의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