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황홀] 무지개 (A Rainbow)

입력 2013-02-18 17:26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

So is it now I am a man ;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1770~1850)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볼 때마다

언제나 내 가슴은 두근거린다.

나 어린 시절에 그러하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오니

내 늙어서도 또한 그러하리라.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음만 못하리니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모든 날들이

자연의 경외와 함께 이루어지기를….


참 경건한 시다. 경건함은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그윽해지는 음악을 들을 때, 가슴을 벅차게 하는 영상을 만날 때, 티 없이 맑고 진솔한 문장을 읽을 때 이유 없이 그냥 흘러나오는 신음, 혹은 눈물 한 방울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소년 시절은 지나갔다. 어른이 되어 어느 날 피곤한 몸으로 서산마루를 넘어갈 때 거기 하늘에 걸려 있는 무지개 한 줄기. 삶의 신산(辛酸)스러움은 사라지고 소년 시절의 두근거림이 거기 있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다시 세상을 그런 설렘으로 살아보겠다고, 늙어도 그렇게 해 보겠다고 노래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과연 워즈워스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전도(顚倒)된 명제를 이처럼 가볍고도 울림 있게 읊어낼 수 있는 시인. 어찌 찬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지개를 보고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다시 어린이에게 배워야 할 것이다.

임순만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