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라디오 연설

입력 2013-02-18 19:08

“행복한 일꾼”의 소신, 역사는 큰 눈을 갖고 있다

우리 대통령사(史)에는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으며 퇴장한 대통령이 없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는 질문에 따른 순위는 대체로 정해져 있으나 행복하게 퇴임한 대통령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흉탄에 맞아 숨진 이도 있고, 재임 시절 거액을 챙겨 퇴임 후 영어의 몸이 됐던 이도 있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뒤 검찰 조사를 받다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다. 친인척 비리로 상당수 대통령들이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취임할 당시에는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으나 물러날 즈음이면 존경은커녕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등장 역시 화려했다. 대선 사상 최대 표 차이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노무현 정부 실정에 대한 반감이 주요인이었지만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에 자만한 탓인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밀어붙이다가 취임 3개월여 만에 ‘촛불’에 가로막혔다. 우여곡절 끝에 촛불은 꺼졌지만 그 이후 이명박 정부는 줄곧 하향세를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격적인 독도 방문 등으로 지지율이 일시 반등하기도 했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이 대통령이 18일 마지막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했다. 2008년 10월 13일 첫 방송 이래 거의 빠짐없이 월요일 오전 격주로 이뤄져온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109번째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고별연설’에서 “위대한 국민의 부름을 받은 저는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의 가장 행복한 일꾼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잘 극복해 무역 7대 강국으로 우뚝 섰고, 서민들의 삶을 따뜻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연설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성공한 대통령 맞다. 정말 수고했다”거나 “나중에 이 대통령과 함께 봉사하러 다니고 싶다”는 격려의 글이 있는가 하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독선과 아집으로 얼룩진 5년이었다” “라디오연설은 자화자찬하며 떠드는 개그콘서트였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 대통령도 박수를 받으며 떠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20-50클럽에 가입했고, G20·핵안보정상회의 등을 통해 국가브랜드를 제고시켰다. 반면 사회양극화의 심화, 민주주의의 퇴행 등 어두운 면도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조목조목 따져보면 공과(功過)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 그 평가는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대통령 한 사람 한 사람은 성공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우리 역사는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들의 부정적 유산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일주일 뒤면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는 이 대통령을 너무 야박하게 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