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태열 靑 비서실장, 소통·직언 소임 다해야
입력 2013-02-18 19:06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기획·민정·홍보 수석비서관 등 새 정부 청와대의 핵심 보직에 대한 인선 내용이 18일 발표됐다. 청와대 인선은 전례로 볼 때 상당히 늦었다. 오는 25일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정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은 6개 수석을 비롯한 후속 인사를 서둘러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은 구조상 권력이 집중되는 자리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당초 발표했던 청와대 개편안은 비서실 기능을 대통령 보좌에 국한시키는 대신 정부 정책은 각부 장관에 실질적 권한을 줘 책임을 지고 추진토록 한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이후 이뤄진 내각 인선을 보면 법조인, 관료,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함으로써 책임 총리, 책임 장관 시스템이 착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역할이 커지고 그에 따라 청와대의 보좌기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청와대 정책실 폐지에 따라 국가안보실의 외교·안보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정책에 대한 비서실장의 조정 및 통할권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비서실장은 폐지된 정부 특임장관실의 정무 기능을 보완하고, 청와대 내부에 신설된 인사위원회도 통솔해야 한다. 사실상 정권의 제2인자라고 부를 만큼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의 역할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비서실장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소통이다. 비서실 내부가 일사불란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며, 대통령과 내각 사이 가교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한다. 청와대가 내각 위에 군림하지 않고 장관들이 소신껏 정책을 펴도록 배려해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야당, 국민과의 간극을 줄이는 데 무엇보다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에의 언로를 막지 말아야 하며, 스스로도 직언을 아끼지 않는 어려운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날 발표된 청와대 인선에서 내정자 4명이 모두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 사람을 쓰다 보면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학연이나 지연 등의 수적 균형에만 얽매이는 것도 적재적소에 적절한 인물을 쓴다는 인사의 대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학 선후배들이 전부인 인선을 설명 한 줄도 없이 발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불통으로 느껴질 수 있다.
가뜩이나 그간 인사를 놓고 박 당선인이 누차 강조해온 ‘대탕평’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청와대나 정부 내에 형성된 특정 인맥이 원활한 국정 운영보다 걸림돌로 작용한 선례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박 당선인이 다음 인사에서 유념해야 할 부분이자, 차기 정부에서 일하게 될 공직자들도 새겨들어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