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희진] 전기에 대한 개인의 책임

입력 2013-02-18 19:08


금년 겨울은 유난히 춥다. 작년 여름 더위로 정전 사태를 우려한 적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추위 때문에 똑같은 염려를 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해져 전력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고 수요 자체의 변동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일시적 정전이라도 발생하면 산업계 손실뿐만 아니라 의료 등의 분야에서 국민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 각 방면에서 변화와 발전의 기운이 엿보인다. 많은 공약들도 제시되었다. 하지만 재정에 한계가 있으므로 공약이 실현되려면 국가뿐 아니라 기업이나 국민 개개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에너지나 전기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파로 전기 수요가 증가해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을 적에는 기업과 국민 개개인이 사회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높은 만족도를 추구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전기가 너무 싸서 전기를 과소비하는 현상도 있기에 전기 절약만을 위하여 가장 쉬운 방법은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전기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는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의 설계 및 실현은 사회 구성원의 필요를 잘 반영하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한 부분이 필요해도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전기 가격은 물가와 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장기계획에 근거하여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서 변화시켜야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기 절약을 위한 국민 스스로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데, 이는 개인의 사회책임의 일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사회책임 이슈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적용된다. 기업의 사회책임에 대한 국제 표준을 위해 국제표준화기구는 2010년 11월 ISO 26000을 발표하였다. 이는 사회의 모든 조직이나 기업이 의사결정 및 활동을 할 때 환경, 공동체 참여, 소비자 이슈 등에 대한 지침과 권고사항 등을 정한 것이다. 유엔도 금융기관을 위한 책임투자원칙을 제정하여 투자의사 결정 시 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를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가 전기를 절약하는 것은 환경 개선, 사회약자의 지원, 경제적 유인 등의 측면에서 기업이나 금융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회책임에 부합되는 행위이다. 즉 개인이 사회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일반 가정생활에서 가급적 절전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국민 개개인의 사회책임을 다하는 행동이 사회 전체를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다.

우리는 공기나 물이 무한하게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중요성을 가끔 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전기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기는 국가가 당연히 필요한 만큼 공급해야 하는 자원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하지만 전기 생산에 내재하는 많은 문제와 전기 가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전기 사용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사회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전기는 생활필수품이면서 전 국민이 소비자다. 이와 유사한 상품이 쌀이다. 우리 선조들은 밥을 지을 때, 한 줌의 쌀을 절약하여 불쌍한 이웃을 도왔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러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전기 한 등을 꺼서 모은 전기를 에너지 빈곤층에 기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유난히도 추운 겨울이다. 이러한 따뜻한 국민의 마음을 모아 이상한파가 몰아친 겨울철이 도리어 대한민국의 따뜻한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