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조각 마무리-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 당선인이 직접 ‘삼고초려’… 한국의 미래 찾는다

입력 2013-02-17 22:43

88년 전통의 벨연구소 역대 최연소이자 첫 외부인 사장. 어린시절 가난과 역경을 딛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벤처 신화의 주인공.

17일 박근혜 정부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된 김종훈(53) 알카텔-루슨트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세계적 통신장비 회사인 알카텔-루슨트 산하 벨연구소는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따 1925년 설립된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연구기관이다.

지금까지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가 성공한 벤처 창업가이자 세계적 기업의 경영인 자리까지 오른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후보자는 중학생(15세) 시절인 1975년 부모를 따라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가난을 피해 태평양을 건넜지만 꿈과 현실은 달랐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빈민촌에 정착한 그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학교에서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늘 외톨이였고, 학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등에서 밤새워 아르바이트를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고비도 넘겼다. 하지만 그는 수학과 과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교 2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명문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전산학 학사·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메릴랜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92년 유리시스템즈라는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직원 1명, 40달러로 시작한 회사였지만 그의 꿈은 5년 안에 최고 회사로 키워내는 것이었다. 그는 불가능한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하루 2시간 자며 일하는 초인적 생활을 계속해 나갔다. 그리고 1998년 ATM이라는 군사통신장치를 개발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같은 해 세계적 통신장비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알카텔-루슨트의 전신)에 유리시스템즈를 10억 달러(당시 1조3000억원)에 매각, 38세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1면 기사를 통해 “세븐일레븐에서 야간 근무를 했던 고학생의 기업가 정신이 마침내 실현됐다”며 그의 성공적 아메리칸 드림을 소개했다. 2001년에는 메릴랜드대로 자리를 옮겨 전자공학부와 기계공학부 교수로 강단에 섰다.

그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05년 4월 외부 출신이자 유색인종으로는 처음 벨연구소 사장직에 올랐다. 46세로 최연소였다. 당시 벨연구소는 좌초 위기에 몰렸으나 김 후보자는 특유의 도전정신을 발휘해 연구소를 위기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1년 성공한 글로벌 한국인을 조명하는 국내 한 방송에 출연해 “능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인간이 하는 건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 후보자는 2011년부터 알카텔-루슨트의 최고전략책임자직도 맡고 있다.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를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이던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를 처음 만났고 이후 6년간 서울과 미국 등을 오가며 꾸준히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이날 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국가경제가 지속 성장해 나가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태원 서윤경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