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열정… 喜壽에 문학박사 학위
입력 2013-02-17 19:00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우리의 시조(時調)가 시(詩)에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올해 희수(喜壽·77세)를 맞은 김선옥(충북 청주시 우암동) 할머니가 오는 22일 청주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김씨는 1990년대 후반 충북도 여약사회 회장과 충북도 약사회 부회장을 지낸 약사 출신이다. 그런 그가 칠순이 넘은 나이에 만학의 꿈을 실현한 건 시조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고등학교 다닐 때 시조의 매력에 푹 빠졌지만 부모의 뜻에 따라 시조와 거리가 먼 숙명여대 약학과에 진학했다. 숙명여대 약학과를 2년 수료하고 충북대 약학과를 졸업한 후 99년까지 30여년 동안 청주에서 약국을 운영했지만 시조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틈틈이 시조를 지어온 김씨는 95년 ‘어머니’란 작품으로 ‘창조문학’ 시조 시인상을 받았고 그해 한국 시조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이 되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시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일흔살을 훌쩍 넘긴 2010년 청주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 3년여 만에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학위논문 제목은 ‘가람과 노산 시조의 비교연구’다.
김씨는 17일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논문을 작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뒤늦게 꿈을 이뤄서 정말 기쁘다. 젊은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종진 지도교수는 “김 할머니는 시조를 통해 조선인의 혼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가람 선생과 노산 선생의 정신을 논리적으로 쉽게 풀어내는 논문을 썼다”고 평가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