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중1 진로집중학년제 도입한다면서 中1 내신 고입 반영… 진로교육 우왕좌왕
입력 2013-02-17 18:51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앞 다퉈 진로교육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각각 ‘자유학기제’와 ‘중1 진로집중학년제’를 내걸고 진로교육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당국 간 기본적인 정책 조율도 안 된 설익은 대책이 난무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혼란의 틈을 사교육이 파고들 것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엇박자 내는 진로교육=서울시교육청은 17일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연구학교 11곳(표 참조)을 발표했다. 이들 학교의 1학년생은 지필고사 형식의 중간고사를 보지 않고 대신 수행평가와 기말고사 점수를 합산해 학기말 성적을 받게 된다. 시험부담을 줄여 진로를 탐색할 여유를 주겠다는 문용린 교육감 공약에 따른 것이다. 시교육청은 내년엔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중1 내신을 고교 입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종전까지는 중2·3 학년 내신만 고교입시에 반영해 왔다. 집중이수제 시행으로 특정과목을 1학년 때 몰아서 편성하면 해당 과목이 내신 성적 산출시 제외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결국 중1 내신 성적이 중요해지면서 학습부담을 줄이겠다는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취지는 대폭 후퇴하게 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 학년 교과 성적을 내신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전 학년 내신 반영은 교과부 훈령에 따른 것이므로 진로탐색 교육과 충돌되는 부분은 교과부 차원에서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교과부는 진로교육 강화를 들고 나왔다. 고교생도 연 1회 진로체험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고교생 진로체험 의무화는 지난해 나온 ‘진로교육 활성화 방안’을 확대한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중학교까지만 의무화였다. 또한 지난해보다 예산 지원을 3배 이상 확대해 모든 시·도교육청에 진로체험지원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사교육 부담 늘 것”=현장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올해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정모(45)씨는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평가했다. 정씨는 “학습량에 차이는 없고 오히려 아이들의 부담만 두 배가 될 것”이라며 “교육 당국 말만 믿고 학습량을 줄이는 순진한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교사들도 공교육 부실이 심화되고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창희 대방중 교무부장은 “장담컨대 사교육 의존이 심화될 것이다. 가뜩이나 공교육 부실 얘기가 많은데 (학교에서) 학습량을 줄이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 당국들도 정리가 안 된 상황인데 학부모와 교사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다”고 성토했다.
서울의 한 진로담당 교사는 “현재 대입 제도를 놔둔 채 자유학기제와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시행할 경우 소득 격차에 따라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