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쭉해지는 카드… 무이자할부·현금서비스 사라진다

입력 2013-02-17 22:54


신용카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온갖 공짜 서비스를 앞세웠던 ‘만능’에서 ‘플라스틱 현금’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늘 사용하던 무이자할부 서비스는 이제 명절에나 만날 수 있는 이벤트가 됐다. 급전이 필요할 때 찾던 현금서비스 할부결제도 4월이면 사라진다. 보험과 여행알선 등 부대업무에도 제동이 걸린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7일 “카드업계의 텔레마케팅 업무와 보험대리, 여행알선 등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카드사들 공동검사를 하면서 텔레마케팅과 통신판매 등 업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전법 개정 이후에도 전화와 인터넷 문자메시지 등으로 무차별적 마케팅을 펼쳐온 것을 제재할 계획이다.

또 최근 영업난에 처한 카드사들이 문어발식으로 확장 중인 부대사업에 대해 경고를 했다. 보험과 여행알선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불완전판매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고객민원과 불만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주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정도영업을 하지 않고 편법으로 수익을 늘리는 걸 막는 과정”이라며 “여러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무이자할부 서비스 기능을 담은 신용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현금서비스의 리볼빙과 할부 기능에도 제동을 걸었다. 신용카드를 결제 수단 본연의 역할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무이자할부 서비스가 중단되면 무이자할부 기능을 갖고 있는 카드를 쓰라”고 말했던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카드의 신규출시를 중단키로 한 것은 ‘수익자부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뜻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무이자할부로 수익을 얻는 가맹점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삐뚤어진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이자할부를 무리하게 이어갈 경우 카드사의 재정악화는 물론 이 서비스를 쓰지 않는 고객이 상대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벤트성으로 재개됐던 무이자할부 서비스는 18일부터 대부분 중단된다. 신한·삼성·롯데·현대·하나SK카드는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등에서의 2∼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17일까지만 하기로 했다. 비씨카드와 KB국민카드도 이달 28일 이후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중단한다.

유통업계는 무이자할부 서비스가 사라지더라도 고객 피해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제휴카드 이용고객이 전체 80%에 달해 무이자할부 서비스 중지에 따른 타격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의 부가서비스 축소를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객이 불편을 겪더라도 왜곡된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이자할부 등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생기는 이득”이라며 “결과적으로 카드업의 본질과 소비자보호를 생각하면 공짜 서비스와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여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