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통화절하 자제”… 엔저 언급 없어 실효 미지수
입력 2013-02-17 18:37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이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선진국들의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자제하자는 내용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문구상 진일보한 표현이 포함되긴 했지만 당사자인 일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실천으로 옮겨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G20 장관들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며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환율 목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시장결정적 환율제도로 더욱 신속한 이행과 함께 자본흐름의 과도한 변동성 및 무질서한 환율변동이 경제와 금융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적완화 등 회원국의 국내정책이 다른 회원국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지난 12일 G7이 발표한 ‘통화정책이 환율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보다는 강도 높은 메시지가 포함돼 일부 진전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목표와 강제 수단이 제시되지 않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공동성명에는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환율전쟁을 촉발시키고 있는 일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다만 진전된 표현만으로도 공격적인 통화 평가절하 움직임을 심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현재보다 아베노믹스를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엔화 가치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주도해온 이슈를 공동선언문에 포함시키는 등 눈에 띄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은 등한시한 채 양적완화에만 의존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큰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으며 결국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고 강조했다. 자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제한 돈을 풀고 있는 일본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박 장관은 특히 “특정목표 수준을 제시하거나 통화정책을 환율과 직접 연결시키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선진국 통화정책 등의 부정적 파급영향 최소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멕시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선진국 통화정책의 파급 영향을 측정·평가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연구를 제안한 바 있다. 일부 선진국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관련 국제기구와 거시정책공조 실무그룹의 작업을 촉구하는 문구를 선언문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