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美 보건정책 ‘블룸버그 효과’
입력 2013-02-17 18:24
미국인들의 비만(obesity)이 심각하다는 것은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근년에는 국가 안보 문제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인 지원자 중 ‘공식적으로’ 비만이거나 비만에 가까운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군 인력자원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미국 성인의 68%가 비만이거나 과체중이다.
비만이 당분과 지방, 소금 성분이 많이 포함된 패스트푸드 섭취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됐다. 하지만 미 연방정부든 지방정부든 실제 패스트푸드를 규제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무엇보다 개인의 식생활 습관까지 정부가 간섭하느냐는 비판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추세가 바뀌고 있다. 미 농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공립학교 내 식품자동판매기와 식당에서 캔디와 탄산음료, 지방 성분이 높은 기름진 음식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네바다주 등에서는 열량이 높은 패스트푸드 메뉴 판매 시에 일정액의 ‘지방세(fat tax)’를 업주에 물리는 법안이 제출됐다.
이 새로운 흐름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학계와 언론의 분석이다. 올해로 12년째 뉴욕시장에 재임 중인 블룸버그는 취임 초부터 공공보건 문제를 시정의 취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다. 담배, 소금, 탄산음료, 트랜스지방 규제에 이어 14일에는 환경에 큰 피해를 주는 스티로폼을 음식 용기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설탕이 들어간 용량 16온스(약 480㎖) 이상의 음료를 음식점과 영화관, 야구장 등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 금지안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스티로폼 용기 금지에 대해서도 간이 음식 판매상의 영업을 위축시키고 음식값 인상만 초래할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02년 블룸버그 시장이 식당과 술집에서의 흡연금지 조치를 발표했을 때 시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으나 이후 큰 호응 받은 일을 상기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 조치가 도입돼 ‘공공장소 금연’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것이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