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조각 마무리] 벤처신화 김종훈, ‘창조경제’ 지휘봉

입력 2013-02-18 00:02


미국의 살아있는 벤처신화 주인공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정부 부처 수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17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창조경제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며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지명됐다.

15세 때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미국에 건너간 중학생이 38년 만에 장관 후보자가 돼 금의환향(錦衣還鄕)한 셈이다. 김 후보자는 최연소 사장으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 최고의 IT 연구기관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를 이끌었다. 그의 입각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키겠다는 당선인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김 후보자를 포함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명단을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통해 발표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는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류길재 북한연구학회장,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는 이동필 농촌경제연구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윤상직 지식경제부 1차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각각 내정됐다. 또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윤성규 한양대 연구교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서승환 연세대 교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는 윤진숙 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이 발탁됐다.

지난 8일 정홍원 총리 후보자 지명과 13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 발표에 이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확정됨에 따라 새 정부 조각(組閣)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 열릴 예정이어서 당분간 이명박 정부 내각과의 ‘동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추가 내각 인선을 강행한 것은 18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일정을 앞두고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래부와 해수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정부조직 개편 원안 고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결렬되자 내각 명단을 미리 발표했지만 당시 직제를 따랐고, 폐지를 추진했던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국무위원으로 발표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 15일 민주통합당에 정부조직법 처리 협조를 구하면서도 정작 내각 추가 인선 내용은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어 안정적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민의 불안과 공직사회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 장관 추가 발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협상의 여지를 없애려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심각한 유감을 나타냈다. 밤늦게까지 진행된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은 결렬됐다.

김재중 김아진 기자 jjkim@kmib.co.kr